원형나비
이 월란
게임 전, 돌아갈 둥지를 확인해 두는 앳된 새처럼
어미새의 둥지를 확인해 두는 눈빛이 첫 삽을 뜬다
품어주기엔 너무 커버린 그 아이에게서 맡아보는
젖내나는 눈빛
답례도 없이 쌀쌀맞게 고개 틀지만
공 들어가면 시치미 떼며 집요하게 좇아와
어미새의 대견한 함박웃음 잊지도 않고 새겨두려
날아와 꽂히는 애절한 환희의 눈빛
지겹도록 보대끼는 제 어미에게도 저토록 끝없이
인정받고 싶은걸까
쪽구석 돌면 잼처 인정받기 위해 목이 타는
사랑에 굶주린 어린 짐승
나 자신을 보는 것 같아 가슴 한켠이
박하사탕처럼 싸해온다
모자(母子)의 눈싸움 경기보다 더 치열한 불꽃놀이 한창인데
벽돌색 원형나비는
손때 묻은 아이들의 손에서 손으로
승부욕의 어린 열정을 땀에 젖은 흥건한 코트에서
꽃가루 나르는 나비처럼
쉼없이 물어 나른다
2007-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