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의자
이 월란
홍역을 앓던 오뉴월 염천 꽃들이
길 잃은 아지랑이들을 붙들고
아물대고 있었나
빛커튼 사이를 비집고
네가 만들어준 흔들의자에 앉아
책장을 넘기고 있었나
법랑빛 하늘이 모두 내 눈 속으로
쏟아져 내리던 그 때
누군가 내 의자를 단숨에 빼 버리고
내동댕이쳐진
내 눈 속의 하늘이 산산이 부서져 내렸지
미안하다는 말이
아지랑이 사이로 가물가물 들렸었나
용서하라는 말이
열에 달뜬 꽃들에게
갈기 갈기 찢기고 있었나
놀라 달아나는 가슴 부여잡고
뒤돌아 본 내 눈 속에
너와
너의 두 손에서 흔들리고 있던 그 의자
이별은 그렇게 왔지
2007-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