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이 월란
몸뻬 허리춤을 잡고 징얼대는 사내아이
한 대 쥐어박곤 못이기듯 구멍가게로 총총 사라진 모자
삶이 버거워 휘어지는 쇠옹의 허리, 귀퉁이 돌아 한번 펴 보지만
엇박자로 디딘 자국, 갈라진 돌개루 사이로 시름만 고이고
고샅 구석빼기 녹아나던 봄볕에 젖어 말뚝잠을 자던 걸인
해걸음에 하루를 밟고온 행자들의 만신에서 뚝뚝 떨어져내리던
피날의 파편과 곤비의 보풀들이
유랑하는 바람따라 구석으로 구석으로 쌓여만 가고
회명 속 두 그림자
주워담지도 못할 철없는 약속 흩뿌리며 틈을 메우고
그렇게 하루를 지우고 골목길따라 잠적해버린 세인들
야트막한 담벼락엔 코후비던 조무래기들의 손때 위에
덧칠한 열손가락 생의 지문들이 한숨으로 베어들고
가는귀 먹은 노인네 안방에서 흑백 텔레비전 소리 웅성웅성 번져나오면
무작스럽게 발라진 시멘트벽의 숨통은 덧창사이로 새어나오던
불빛 속에서 어둠을 헤아리고 있는데
대중목욕탕에서 젖은 머리 찰랑이며 돌아오던 세 자매
대문이 보이는 골목길에 들어서면 어김없이 먼저 달려가던
작은언니의 그 하찮은 버릇에 지금 왜,
마늘 깨문 혀처럼 가슴이 아려 서러워 오는것인지
그리움의 터가 되어 자꾸만 좁아지던,
지금은 휑하니 비어 누군가 참지못해 허물어버린
기억의 신작로로 아스라이 이어진 그 골목길
2007-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