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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8.05.09 09:46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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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이 월란




학교갔다 돌아오면 대문고리에 매달린 아스라한 슬픔의 녹
돌아누운 엄마의 뒷통수를 뚫고 매달린 눈물방울
코맹맹이 소리 듣기 싫어 인사도 없이 들어가버리면
평소보다 얌전해 보이시는 아버지의 뒷통수를 뚫고 매달린 눈칫밥
궁시렁 궁시렁 혼잣말의 명수인 엄마는
그날도 비지땀에 혼잣말까지 흘리며 온갖 반찬을 밥집 여자처럼 만들어내시고
눈물의 제공자는 유유자적, 그렇게 양반가문의 혈손처럼
무너진 억장으로 고명 씌운 진수성찬도 마다하지 않으셨지
어른들은 모순이란 반찬을, 빤히 마주보며
매일 저녁 수륙진미로 차려주고, 먹어주고
입안이 소태라고 돌아앉은 엄마의 뒷통수를 뚫고 말라버린 눈물방울은
내 뒷통수를 뚫고 혀끝을 차면서도 또 방울방울 녹여내고 있었지
                                                      
                                                          
                                                                                 2007-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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