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25
어제:
194
전체:
5,030,434

이달의 작가
제1시집
2008.05.09 13:00

수화(手話)

조회 수 409 추천 수 2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화(手話)


                                                                    이 월란




성대 잃은 언어의 호수에 수지침 풀어 낚시줄을 드리운다
손가락 마디 마디에 걸린 홀소리와 닿소리가
까딲 까딱 마디춤 추며 바투 앉은 눈동자 사이로 허공을 나른다


귓불에서 느낌표가 달랑인다
양미간에 물음표가 걸린다
콧잔등에 쉼표를 살짝 얹는다
볼우물에 찰랑, 미소가 고였다
새끼손가락 위에도 도리질이 아련히 매달렸다


속귀 뚫지 못한 천둥소리도 두 손의 살풀이로 풀어지고
암벽에 미끄러지던 음성도 열 손가락 무릎 위에서 해살을 놓는다
거세된 목청의 적막한 춤은 눈동자에 불을 당기고 가슴을 노크한다
성음의 티끌이 시선을 따라 벌여놓은 진연 속
일어서지 못한 청각 다독여 잠재워 놓고 무언의 부싯불을 당긴다


끝내 항복하지 않은 소리관
물소리, 새소리, 벌레소리가 환한 미소를 빌려입고 손잡고 온다
자늑자늑 소리 없는 소리옷을 입은 슬픔이 기쁨이 되어
언어를 낚아 올리던 낚시줄, 어느새 세모꼴 허공에 틀을 세우고
마흔 일곱 개의 팽팽한 현 위에서 나비춤을 추며 수금을 뜯는다
아르파의 여운이 비운의 입술 위에 행복의 아리아를 수놓고 있다

                                                
                                                                     2007-06-07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31 당신, 꽃이 피네 이월란 2008.06.04 270
1230 유정(有情) 이월란 2008.07.30 270
1229 바다몸 이월란 2009.04.14 270
1228 사랑이라 부르면 이월란 2009.10.01 270
1227 고인 물 이월란 2011.09.09 270
1226 제3국어 이월란 2012.05.19 270
1225 견공 시리즈 기다림 4 (견공시리즈 125) 이월란 2012.08.17 270
1224 제1시집 침략자 이월란 2008.05.09 271
1223 이월란 2008.05.10 271
1222 제2시집 미망 (未忘) 이월란 2008.05.10 271
1221 다이어트 이월란 2008.05.10 271
1220 피사체 이월란 2008.10.28 271
1219 지그재그 지팡이 이월란 2009.01.02 271
1218 산그림자 이월란 2008.05.10 272
1217 걸어다니는 옷 이월란 2008.05.10 272
1216 낙조(落照) 이월란 2008.05.20 272
1215 산눈 이월란 2009.02.14 272
1214 기도 이월란 2009.07.29 272
1213 영시집 Sunset 2 이월란 2012.02.05 272
1212 위선 이월란 2008.05.09 273
Board Pagination Prev 1 ...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