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10
어제:
183
전체:
5,020,551

이달의 작가
제1시집
2008.05.09 13:00

수화(手話)

조회 수 409 추천 수 2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화(手話)


                                                                    이 월란




성대 잃은 언어의 호수에 수지침 풀어 낚시줄을 드리운다
손가락 마디 마디에 걸린 홀소리와 닿소리가
까딲 까딱 마디춤 추며 바투 앉은 눈동자 사이로 허공을 나른다


귓불에서 느낌표가 달랑인다
양미간에 물음표가 걸린다
콧잔등에 쉼표를 살짝 얹는다
볼우물에 찰랑, 미소가 고였다
새끼손가락 위에도 도리질이 아련히 매달렸다


속귀 뚫지 못한 천둥소리도 두 손의 살풀이로 풀어지고
암벽에 미끄러지던 음성도 열 손가락 무릎 위에서 해살을 놓는다
거세된 목청의 적막한 춤은 눈동자에 불을 당기고 가슴을 노크한다
성음의 티끌이 시선을 따라 벌여놓은 진연 속
일어서지 못한 청각 다독여 잠재워 놓고 무언의 부싯불을 당긴다


끝내 항복하지 않은 소리관
물소리, 새소리, 벌레소리가 환한 미소를 빌려입고 손잡고 온다
자늑자늑 소리 없는 소리옷을 입은 슬픔이 기쁨이 되어
언어를 낚아 올리던 낚시줄, 어느새 세모꼴 허공에 틀을 세우고
마흔 일곱 개의 팽팽한 현 위에서 나비춤을 추며 수금을 뜯는다
아르파의 여운이 비운의 입술 위에 행복의 아리아를 수놓고 있다

                                                
                                                                     2007-06-07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91 제1시집 그리움 이월란 2008.05.09 292
190 제1시집 만성 (慢性) 이월란 2008.05.09 256
189 제1시집 당신에게도 이월란 2008.05.09 283
188 공항대기실 이월란 2008.05.09 298
187 제1시집 가시내 이월란 2008.05.09 315
186 처음 이월란 2008.05.09 259
185 잔상(殘像) 이월란 2008.05.09 314
» 제1시집 수화(手話) 이월란 2008.05.09 409
183 제1시집 심발지진 이월란 2008.05.09 321
182 제1시집 뒤뜰의 장미 이월란 2008.05.09 307
181 제1시집 모놀로그----진실게임 이월란 2008.05.09 372
180 상상임신 이월란 2008.05.09 345
179 눈의 혀 이월란 2008.05.09 397
178 짤 없는 주인장 이월란 2008.05.09 371
177 제1시집 그리워라 이월란 2008.05.09 290
176 좋은 글 이월란 2008.05.09 295
175 제1시집 너의 이름은 이월란 2008.05.09 402
174 차도르*를 쓴 여인 이월란 2008.05.09 406
173 맹인을 가이드하는 정신박약자 이월란 2008.05.09 377
172 동시 7편 이월란 2008.05.09 443
Board Pagination Prev 1 ... 69 70 71 72 73 74 75 76 77 78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