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手話)
이 월란
성대 잃은 언어의 호수에 수지침 풀어 낚시줄을 드리운다
손가락 마디 마디에 걸린 홀소리와 닿소리가
까딲 까딱 마디춤 추며 바투 앉은 눈동자 사이로 허공을 나른다
귓불에서 느낌표가 달랑인다
양미간에 물음표가 걸린다
콧잔등에 쉼표를 살짝 얹는다
볼우물에 찰랑, 미소가 고였다
새끼손가락 위에도 도리질이 아련히 매달렸다
속귀 뚫지 못한 천둥소리도 두 손의 살풀이로 풀어지고
암벽에 미끄러지던 음성도 열 손가락 무릎 위에서 해살을 놓는다
거세된 목청의 적막한 춤은 눈동자에 불을 당기고 가슴을 노크한다
성음의 티끌이 시선을 따라 벌여놓은 진연 속
일어서지 못한 청각 다독여 잠재워 놓고 무언의 부싯불을 당긴다
끝내 항복하지 않은 소리관
물소리, 새소리, 벌레소리가 환한 미소를 빌려입고 손잡고 온다
자늑자늑 소리 없는 소리옷을 입은 슬픔이 기쁨이 되어
언어를 낚아 올리던 낚시줄, 어느새 세모꼴 허공에 틀을 세우고
마흔 일곱 개의 팽팽한 현 위에서 나비춤을 추며 수금을 뜯는다
아르파의 여운이 비운의 입술 위에 행복의 아리아를 수놓고 있다
2007-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