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대기실
이 월란
방금 곁에서 숨소리 내었던 시간마저 진부해진, 장마진 젖은 땅은 그렇게 날 돌려세웠고 자동문은 여지없이 닫혔다. 서로 꿈이 되어버릴 두 개의 세상을 송두리채 잊은 척 접혀진 지점에 잠시 쪼그려 앉는다
성운층 위에서 정면으로 마주보는 해는 동에서 서로 지지 않는다. 절룩거리던 한 발 한순간 헛디뎌 늪에 빠지듯, 욱하는 맘으로 절벽 아래로 투신하듯 그렇게 구름층 꽃길로 쑥 빠져버린다. 건져낼 방도는 내게 없다. 시간을 거슬러 날아가 보는 수 밖에
솜이불 만들기전 펼쳐놓은 솜조각같은 구름들이 사람들이 떨어뜨린 기억을 먹고 사는 나라.
엉금엉금 기어다니며 둥둥 떠도는 나라. 아득한 구름섬에 추락하기 직전의 햇살 한 줌으로 손바닥만한 은닉만 쏘아보고 있던 그 나라로
세상에 발 닿지 않은 저 하늘의 징검다리를 건널 자격이 내게 있었던가. 그 뽀얗던 구름꽃에 침을 뱉을 자격이 내게 있었던가. 사람들은 자격 없이도 인연에 등을 돌리고 있다. 행복한 크로마뇽인들은 착하게도 줄을 서고 있다.
<곧 탑승을 시작하겠으니 탑승하실 승객 여러분께선 미리 탑승권을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2007-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