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이 월란
심해의 고뇌를 삼킨 척
인고의 세월을 말아쥔 척
푸른 열손가락으로 내게 왔던 날
부서지자
저 암벽 아래 부서져 내리자
긁힌 등과 무릎을 마주보며 웃었지
서로의 둔덕이 되고저
가장 고귀한 보석으로 남고저
가장 천박한 모습으로 뒹굴며
피멍든 살갗도 몇 밤이면 지워내는 충직한 기억은
이제 우리편이 되어줄거라고
도적질 해 온 절박함의 이름으로 온전한 덫을 씌우고
신의 가슴으로 안아 준 암벽 아래 감탕으로 스러져
접붙인 나무가 되자고, 외진 섬이 되어 버리자고
곧 허기져 뛰쳐나올망정
2007-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