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임신 [1] - - - - - - - - - - (作詩)
이 월란
몽환의 장막을 빙빙 둘러
산지사방에 주망을 뿌옇게 쳐놓고
네 계절을 어영부영 다 파 먹었다
다들 그렇게 파 먹고 살더라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네 개 밖에 없었나?
또 하나 더 있을 법도 한데
애 들어서는 듯 속이 울렁거리며
토악질이 나올 것만 같다
흉내도 아무나 내는게 아녀
계절은 네 개 밖엔 없단다
개꿈같은 주망을 휘휘 걷어내고 변기통을
죽은 아이 애 끊어내듯 끌어안고 말았다
토할 것도 없는 빈 속인걸 뻔히 아는데
그거?
상.상.임.신. 이라고들 하지
상상임신 [2]
여고시절 선머슴같던 독어 선생님
애가 그렇게도 갖고 싶었을까
아,베,체,데.... 도톰한 입술을 가르던
고 기막힌 독어발음을
칭얼 칭얼대는 아기에게도 가르치고 싶었을까
해군장교라는 남편이 눈부신 제복을 입고 주말새벽마다
그 여선생의 자취방을 나왔다던데
애는 어디에 똬리를 틀고 있었던건지
아,베,체,데.... 혀 굴리던 독어선생님
배가 불러도 왔었는데
어느 날, 고 기막혔던 발음이 교실 차창을
선머슴처럼 훌쩍 뛰쳐나가버리고
학교 담장 아래 루머에 배곯던
갈래머리 여고생들만
상상임신상상임신상상임신
철조망 아래 분만실을 차려놓고
애를 낳고
또 낳고 했었지
2007-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