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 없는 주인장
이 월란
처음 새치가 보였을 땐
검은머리 파뿌리 되도록 지켜주겠다 입방정만 놓고 간
옛 연인을 보듯 배신감에 치를 떨며 뿌리채 뽑아버렸었다
이제 더 이상 우려낼 것이 없다 아침마다 하얗게 돋아나는 사망진단서들
지들끼리 싸우고 버티다 하나 둘씩 손 들어 버리곤
백기 들고 올라오는 고것들을, 싹수가 노랗다 야멸차게 쏙쏙 뽑아버렸었다
내겐 입 싹 닦고 있지만 돌아서 쑥덕거리는 타인의 험담을 가늘게 흘려듣듯
주인인 나마저 보고받지 못하는 내 육신의 사망소식들에
걸맞지 않게 아직도 파릇파릇 새싹들을 탄생시키고 있던
천둥 벌거숭이 마음은 전능하신 신의 실수라도 발견한 듯 아연했었다
난 주인이 아니었다
빈대떡처럼 빚어진 육신의 그루터기에 코를 박고 있는 구경꾼일 뿐
청지기되어 살라 하셨는데 난 쥔장노릇에만 익숙해져 있다
다 내것이었는데 난 거들났다 통보 받지도 못하는 주인
짤 없는 주인장
멀대같은 주인장
사표 내고 뒤집어질까..... 하다 고이 빗어넘기곤 염색하러 간다
2007-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