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23
어제:
176
전체:
5,020,924

이달의 작가
제1시집
2008.05.09 13:00

수화(手話)

조회 수 409 추천 수 2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화(手話)


                                                                    이 월란




성대 잃은 언어의 호수에 수지침 풀어 낚시줄을 드리운다
손가락 마디 마디에 걸린 홀소리와 닿소리가
까딲 까딱 마디춤 추며 바투 앉은 눈동자 사이로 허공을 나른다


귓불에서 느낌표가 달랑인다
양미간에 물음표가 걸린다
콧잔등에 쉼표를 살짝 얹는다
볼우물에 찰랑, 미소가 고였다
새끼손가락 위에도 도리질이 아련히 매달렸다


속귀 뚫지 못한 천둥소리도 두 손의 살풀이로 풀어지고
암벽에 미끄러지던 음성도 열 손가락 무릎 위에서 해살을 놓는다
거세된 목청의 적막한 춤은 눈동자에 불을 당기고 가슴을 노크한다
성음의 티끌이 시선을 따라 벌여놓은 진연 속
일어서지 못한 청각 다독여 잠재워 놓고 무언의 부싯불을 당긴다


끝내 항복하지 않은 소리관
물소리, 새소리, 벌레소리가 환한 미소를 빌려입고 손잡고 온다
자늑자늑 소리 없는 소리옷을 입은 슬픔이 기쁨이 되어
언어를 낚아 올리던 낚시줄, 어느새 세모꼴 허공에 틀을 세우고
마흔 일곱 개의 팽팽한 현 위에서 나비춤을 추며 수금을 뜯는다
아르파의 여운이 비운의 입술 위에 행복의 아리아를 수놓고 있다

                                                
                                                                     2007-06-07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51 히키코모리 이월란 2011.03.18 396
1650 흰긴수염고래 이월란 2010.01.04 545
1649 흙비 이월란 2010.03.22 523
1648 흔적 이월란 2008.08.28 282
1647 흔들의자 이월란 2008.05.08 559
1646 제2시집 흔들리는집 / 서문 (오세영) file 이월란 2016.08.15 115
1645 제3시집 흔들리는 집 6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아이] 이월란 2008.11.12 497
1644 흔들리는 집 5 이월란 2008.11.12 273
1643 흔들리는 집 4 이월란 2008.11.11 285
1642 제2시집 흔들리는 집 3 이월란 2008.06.16 201
1641 흔들리는 집 2 이월란 2008.05.10 270
1640 제2시집 흔들리는 집 / 해설 (임헌영) file 이월란 2016.08.15 168
1639 제2시집 흔들리는 집 / 표4글, 시인의 말 file 이월란 2016.08.15 164
1638 제2시집 흔들리는 집 이월란 2008.05.10 694
1637 흔들리는 물동이 이월란 2008.05.09 277
1636 흑염소탕 이월란 2009.10.08 661
1635 흐림의 실체 이월란 2008.10.24 263
1634 제3시집 흐린 날의 프리웨이 이월란 2009.09.04 378
1633 흐린 날의 악보 이월란 2021.08.16 58
1632 흐린 날 이월란 2008.05.10 296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