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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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8.05.09 13:22

내 마음의 보석상자

조회 수 370 추천 수 2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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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보석상자



                                                                 이 월란




내가 시집을 오고, 교과서 속의 나라로 국적을 바꾸고
Kim 이라는 라스트네임이 정자로 박힌 하얀 우체통에서
처음 꺼내어 든 편지
그 때까지 아버지에게서 편지를 받아본 적은 없었다
군대도 가지 않은 여식이니 기회가 없었다고 말하는 것이 옳으리라
내가 보내드린 편지에서 초록 잔디가 깔린 깨끗한 골목의 풍경들을
말씀하시며 약간 흘림체로 또박또박 써내려가신 그 휘필은
올백으로 넘기신 당신의 머리카락이 흐트러질까
늘 회색빛 빵모자를 쓰고 누우시던 그 분의 얼굴을
돋보기 너머로 예리하게 쏘아보시던 그 엄한 눈빛을
초등 때 변비 때문에 집으로 뛰어갔을 때 장부정리를 하시다가
현관 문 안쪽에 신문지를 깔아놓으시고 나의 엉덩짝을 꼭꼭
눌러주시던 그 모습까지 하나하나 불러들여
제대로 읽을 수도 없었다
그리고 몇 십번, 몇 백번을 처음처럼 다시 봉투에서 꺼내고
처음처럼 다시 읽어보고, 처음처럼 다시 봉투에 넣어
지금은 저 벽장 박스 속에 가지런히 들어있는 보석상자
마음이 허해질 때마다 눈으로만 벽장 문을 열고 꺼내어보던
가슴이 허해질 때마다 가슴으로만 벽장 문을 열고 꺼내어보던
19년 전의 편지
이젠 가서 꺼내어 보지 않아도 가슴엔 늘 편지가 온다
18년 전에 가신 그 분에게서 난 오늘도 첫 편지를 받는다

                                            
                                                               2007-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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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당신에게도

  3. 만성 (慢性)

  4. 그리움

  5. 중신(中身)의 세월

  6. 파도

  7. 동대문

  8. 어떤 진단서

  9. 나 이제 사는 동안

  10. 마작돌

  11. 레모네이드

  12. 오줌소태

  13. 그냥 두세요

  14. 내 마음의 보석상자

  15. 사랑 2

  16. 들꽃

  17. 선물

  18. 사랑아 1

  19. 사랑아 2

  20. 날개 달린 수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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