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44
어제:
183
전체:
5,020,585

이달의 작가
2008.05.09 13:22

내 마음의 보석상자

조회 수 370 추천 수 2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내 마음의 보석상자



                                                                 이 월란




내가 시집을 오고, 교과서 속의 나라로 국적을 바꾸고
Kim 이라는 라스트네임이 정자로 박힌 하얀 우체통에서
처음 꺼내어 든 편지
그 때까지 아버지에게서 편지를 받아본 적은 없었다
군대도 가지 않은 여식이니 기회가 없었다고 말하는 것이 옳으리라
내가 보내드린 편지에서 초록 잔디가 깔린 깨끗한 골목의 풍경들을
말씀하시며 약간 흘림체로 또박또박 써내려가신 그 휘필은
올백으로 넘기신 당신의 머리카락이 흐트러질까
늘 회색빛 빵모자를 쓰고 누우시던 그 분의 얼굴을
돋보기 너머로 예리하게 쏘아보시던 그 엄한 눈빛을
초등 때 변비 때문에 집으로 뛰어갔을 때 장부정리를 하시다가
현관 문 안쪽에 신문지를 깔아놓으시고 나의 엉덩짝을 꼭꼭
눌러주시던 그 모습까지 하나하나 불러들여
제대로 읽을 수도 없었다
그리고 몇 십번, 몇 백번을 처음처럼 다시 봉투에서 꺼내고
처음처럼 다시 읽어보고, 처음처럼 다시 봉투에 넣어
지금은 저 벽장 박스 속에 가지런히 들어있는 보석상자
마음이 허해질 때마다 눈으로만 벽장 문을 열고 꺼내어보던
가슴이 허해질 때마다 가슴으로만 벽장 문을 열고 꺼내어보던
19년 전의 편지
이젠 가서 꺼내어 보지 않아도 가슴엔 늘 편지가 온다
18년 전에 가신 그 분에게서 난 오늘도 첫 편지를 받는다

                                            
                                                               2007-07-08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1 거부 이월란 2008.05.09 282
210 간이역 이월란 2008.05.09 289
209 사람이 그리울 때 이월란 2008.05.09 432
208 햇살 무작한 날엔 이월란 2008.05.09 273
207 날개 달린 수저 이월란 2008.05.09 276
206 사랑아 2 이월란 2008.05.09 303
205 사랑아 1 이월란 2008.05.09 285
204 선물 이월란 2008.05.09 236
203 제1시집 들꽃 이월란 2008.05.09 304
202 사랑 2 이월란 2008.05.09 299
» 내 마음의 보석상자 이월란 2008.05.09 370
200 그냥 두세요 이월란 2008.05.09 275
199 제1시집 오줌소태 이월란 2008.05.09 381
198 레모네이드 이월란 2008.05.09 364
197 마작돌 이월란 2008.05.09 377
196 나 이제 사는 동안 이월란 2008.05.09 324
195 제1시집 어떤 진단서 이월란 2008.05.09 300
194 제1시집 동대문 이월란 2008.05.09 485
193 제1시집 파도 이월란 2008.05.09 292
192 제1시집 중신(中身)의 세월 이월란 2008.05.09 294
Board Pagination Prev 1 ... 68 69 70 71 72 73 74 75 76 77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