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이 월란
여기 저기 어딜가도 아무데나 뿌리내리고 서 있는
사람들은 들꽃이다
어느 외진 곳
씨방 터뜨린 배신의 바람이 머무는 자리 팔자라며
빈속으로도 질기게도 살아가는
사람들은 들꽃이다
꺾으면 꺾이는대로 자식 두고도 꺾어지는
사람들은 들꽃이다
계절따라 변심하는 하늘 아래 들대의 세파에도
고개 숙이며 살고 있는
사람들은 들꽃이다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초조한 눈빛에서 나는
들꽃의 향기
사랑을 찾아 가는 고적한 발걸음에서 묻어나는
들꽃의 흔들림
그렇게 한 시절 피워낸 꽃자리 허리 굽혀 지켜내고도
밀창문 아래 담벼락도 뚫었을 미련 두고도
골짝 난 눈물 아래 숟가락질 하다가도
흔적없이 사라지는
사람들은 들꽃이다
2007-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