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
이 월란
상실의 늪에서 출발한 객차
주소 없는 종착역을 향해
화염꽃을 피우면
기적소리 길게 누운 철로 위엔
거식증에도 키가 자라는
진부한 사랑만
병후의 쇠약한 육신으로
한숨 지며 따라 눕고
역무원 없이 곰삭은 목조벽에
오늘도 풍객이 집을 짓는
환승객 없는 오솔한 간이역
휜 길 굽어 사라지는 객차 꽁무니에
젖은 시선 거둘 줄 모르는 한 사람
무정한 기적소리에 승차권 없는
시름만 실어보내고
절망의 육신을 업고 내려앉은
삐거덕 삐거덕 외면치 못하는
무투벤치
2007-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