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2
어제:
288
전체:
5,021,663

이달의 작가
2008.05.09 13:22

내 마음의 보석상자

조회 수 370 추천 수 2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내 마음의 보석상자



                                                                 이 월란




내가 시집을 오고, 교과서 속의 나라로 국적을 바꾸고
Kim 이라는 라스트네임이 정자로 박힌 하얀 우체통에서
처음 꺼내어 든 편지
그 때까지 아버지에게서 편지를 받아본 적은 없었다
군대도 가지 않은 여식이니 기회가 없었다고 말하는 것이 옳으리라
내가 보내드린 편지에서 초록 잔디가 깔린 깨끗한 골목의 풍경들을
말씀하시며 약간 흘림체로 또박또박 써내려가신 그 휘필은
올백으로 넘기신 당신의 머리카락이 흐트러질까
늘 회색빛 빵모자를 쓰고 누우시던 그 분의 얼굴을
돋보기 너머로 예리하게 쏘아보시던 그 엄한 눈빛을
초등 때 변비 때문에 집으로 뛰어갔을 때 장부정리를 하시다가
현관 문 안쪽에 신문지를 깔아놓으시고 나의 엉덩짝을 꼭꼭
눌러주시던 그 모습까지 하나하나 불러들여
제대로 읽을 수도 없었다
그리고 몇 십번, 몇 백번을 처음처럼 다시 봉투에서 꺼내고
처음처럼 다시 읽어보고, 처음처럼 다시 봉투에 넣어
지금은 저 벽장 박스 속에 가지런히 들어있는 보석상자
마음이 허해질 때마다 눈으로만 벽장 문을 열고 꺼내어보던
가슴이 허해질 때마다 가슴으로만 벽장 문을 열고 꺼내어보던
19년 전의 편지
이젠 가서 꺼내어 보지 않아도 가슴엔 늘 편지가 온다
18년 전에 가신 그 분에게서 난 오늘도 첫 편지를 받는다

                                            
                                                               2007-07-08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91 제2시집 노안 이월란 2008.05.10 342
590 노스탤지어의 창 이월란 2008.05.10 278
589 견공 시리즈 노래하는 똥(견공시리즈 84) 이월란 2010.11.24 438
588 노교수 이월란 2010.05.25 349
587 제2시집 넘어지는 세상 이월란 2008.05.19 411
586 견공 시리즈 넌 내꺼 (견공시리즈 96) 이월란 2011.04.09 375
585 제1시집 너의 이름은 이월란 2008.05.09 402
584 너의 우주 이월란 2012.01.17 422
583 너의 손은 빛이다 이월란 2009.04.22 318
582 너에게로 이월란 2008.05.08 350
581 너에게 갇혀서 이월란 2008.05.10 323
580 너에게 가는 길 이월란 2008.05.08 460
579 견공 시리즈 너를 위한 노래 (견공시리즈 100) 이월란 2011.05.10 371
578 너를 쓴다 이월란 2008.05.10 268
577 냉정과 열정 사이 이월란 2009.09.12 472
576 제3시집 내부순환도로 이월란 2008.10.30 365
575 내게 당신이 왔을 때 이월란 2010.04.18 434
574 내 안에 있는 바다 이월란 2008.05.07 569
573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날 이월란 2008.05.09 481
» 내 마음의 보석상자 이월란 2008.05.09 370
Board Pagination Prev 1 ... 49 50 51 52 53 54 55 56 57 58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