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53
어제:
235
전체:
5,026,731

이달의 작가
제1시집
2008.05.09 13:44

당신, 웃고 있나요?

조회 수 302 추천 수 2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당신, 웃고 있나요?


                                                                   이 월란




사람들은 아파서 웃어요
내가 아파보니 웃음이 나더군요
내가 서러워보니 웃음이 나더군요
많이 많이 울고 나면 그 때서야 비로소 웃음이 나더군요


욕망이 타고 남은 재가 아파서 웃었고
여기저기 긁히는 소리, 한 입안에 마주하고도 엇갈리는 이빨처럼
사람들이 부딪히는 그 금속성의 소리가 소름끼쳐 웃었고
무지했음에 더욱 용감해졌음이 아파서 웃었고
끝을 봐야 부서져내리는 교만의 파편들이 아파서 웃었고
페이퍼 컷(paper cut)처럼 묘하게 신경 건드리는 어리석음이 아파서 웃었고
클로즈업 되어 오는 운명의 손길이 두려워서도 차라리 웃었지요


이제 운명의 수술대 위로 나를 들어 올리세요
나의 교만이 오를 차례인가요?
나의 탐욕이 오를 차례인가요?
나의 위선이 오를 차례인가요?
나의 위증이 오를 차례인가요?


자, 나를 가르세요
생리혈로 매장된 앙큼한 생명들 미리 미리 긁어내어 주시고
단무지같은 노란 본능의 살점, 순수의 알콜로 소독된 메스로 저며주세요
생후 7일 전의 무통의 단계에서 목을 조르시고
자라나는 악령의 싹들을 뿌리채 뽑아 주세요


반토막이 잘려나가도 독선의 배앓이로 꿈틀대는 벌레처럼
상처 위에 소금 뿌려대는 운명의 손으로
완강히 저항하는 어깨를 골반 아래로 주저 앉혀 주세요


사람들은 아파서 웃어요
사는게 아프대요


인육(人肉)에 맛들인 운명의 혀로
오늘도 저 천진한 하루해를 동에서 서로 간단히 옮겨 놓으세요
우린 순한 양처럼 일어나고 잠자며
푸른 잔디 위에서 대본 없는 연기를 오늘도 출중히 감당해 낼테니까요


박수를 쳐 주세요
저 배부른 창고 안에서 운명의 장난감이 째깍째깍 태엽을 감고 있잖아요


당신, 웃고 있나요?

                                                                          2007-07-11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51 영문 수필 "A Call to Action: Turning Oppression into Opportunity" 이월란 2011.05.10 96374
1650 영문 수필 "American Tongues" 이월란 2014.05.28 100
1649 영문 수필 "Beauty and the Beast " 이월란 2014.05.28 860
1648 영문 수필 "Do You Speak American?" 이월란 2010.06.18 721
1647 영문 수필 "First Blood" 이월란 2014.05.28 104
1646 영문 수필 "Johnny Got His Gun" 이월란 2014.05.28 151
1645 영문 수필 "Laüstic" (Nightingale) 이월란 2014.05.28 1325
1644 영문 수필 "Legend of St. Dorothea of Cappadocia" 이월란 2014.05.28 138
1643 영문 수필 "Letting Go" 이월란 2011.03.18 326
1642 영문 수필 "Mental Health Care: Convincing Veterans They Need It" 이월란 2011.05.10 410
1641 영문 수필 "ON THE GENEALOGY OF MORALS" 이월란 2014.05.28 4846
1640 영문 수필 "She Loves Me" 이월란 2014.05.28 258
1639 영문 수필 "The Arabian Nights" 이월란 2014.05.28 110
1638 영문 수필 "The Ingenious Hidalgo Don Quixote de La Mancha" 이월란 2014.05.28 15329
1637 영문 수필 "The Linguist" 이월란 2014.05.28 141
1636 영문 수필 "The Sorrows of Young Werther" 이월란 2014.05.28 324
1635 영문 수필 "Tough Girls" 이월란 2011.05.10 349
1634 견공 시리즈 007 작전(견공시리즈 27) 이월란 2009.09.16 291
1633 견공 시리즈 14분간의 이별(견공시리즈 23) 이월란 2009.09.12 280
1632 1시간 50분 이월란 2008.09.08 24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