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66
어제:
307
전체:
5,024,527

이달의 작가
2008.05.10 07:59

별리(別離)

조회 수 417 추천 수 2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별리(別離)


                                                                    이 월란




한 때는 너와 나의 진실이었던,
그 안개같은 진실의 흔적이 안개걸음으로 저만치 걸어가고 있다
말미잘같은 나의 몸을 뚫고 나와 멀어져가고 있다
담홍색 수밀도같은 사랑의 과즙이 뚝뚝 떨어져 내리던 무형의 거리
눈 멀도록 반사되어 오던 그 빛뭉치는 꿈길에 초점이 맞추어진
몽유 속 낭설이라 흩어지고 있다
내가 아닌 너의 모습만 담고 있던 아침의 거울은 쨍그랑 소리도 없이
한조각씩 깨어져나가고, 오-- 그런 날은 아침이 없었으면
저 무고한 해는 언제 저 먼 하늘을 다 둘러 볼 것이며
언제 지는 해가 되어 발 아래서 새 날을 빚어 올 것인가
난 오늘도 아침이 되지 못한다
차라리 아침 없이 저 눈부신 해가 중천에 붕 떠 버렸으면
노회할 줄 모르는 저 태양도 어쩌다 한번씩은 교활해졌으면
언질 한마디 없이 저버리는 꽃들을
화마같은 불덩이로 나를 달궈 놓고 눈짓 하나 없이 돌아설
이 염천을
진실을 등진 지구의 반란이라 누가 동정할 것인가
지나간 시간들의 알리바이는 더 이상 성립되지 않아
USB 나 플라피 디스크에도 저장되어 있지 못해
우리가 나누어 가진 구리빛 열쇠꾸러미들로는
이제 서로의 어떤 문도 열리지 않을 것을
나를 찾아 헤매는 길은 늘 이렇게 누군가의 몸을 관통하여
끝없이 이어지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것
또 언제나 끝으로 마주치는 해부되지 못할 맹목을 싣고 달리는
폐쇄된 수인선의 협궤열차 같은 것
간간이 역무원 없는 간이역에 발이 닿을 것이며
정시에 출발하는 고속열차에 또 다시 몸을 실려 보내고 말 것을
연착해버린 마음만 고스란히 남겨둔 채

                                                    
                                                                     2007-08-11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71 영문 수필 Dream, Dream, Dream 이월란 2012.02.05 325
770 천국에서 온 메일 이월란 2011.07.26 325
769 영문 수필 "The Sorrows of Young Werther" 이월란 2014.05.28 324
768 제3시집 변경 이월란 2012.05.19 324
767 브레인스토밍 이월란 2010.02.12 324
766 제2시집 사육 이월란 2008.05.10 324
765 꽃, 거리의 시인들 이월란 2008.05.10 324
764 나 이제 사는 동안 이월란 2008.05.09 324
763 눈밭 이월란 2008.05.08 324
762 착각 이월란 2008.05.08 324
761 약속 없는 나라 이월란 2009.11.21 323
760 손톱달 이월란 2008.05.10 323
759 서로의 가슴에 머문다는 것은 이월란 2008.05.10 323
758 너에게 갇혀서 이월란 2008.05.10 323
757 시차(時差) 이월란 2008.05.10 323
756 제3시집 노을 3 이월란 2012.01.17 322
755 견공 시리즈 단벌신사(견공시리즈 44) 이월란 2009.10.21 322
754 여행의 방식 이월란 2009.08.25 322
753 사실과 진실의 간극 이월란 2008.05.10 322
752 제1시집 살아도 거기까지 이월란 2008.05.09 322
Board Pagination Prev 1 ... 40 41 42 43 44 45 46 47 48 49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