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48
어제:
265
전체:
5,022,402

이달의 작가
2008.05.10 08:05

가을이 오면

조회 수 255 추천 수 2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가을이 오면


                                                         이 월란




가을이 오면
사람들은 여기저기 멍든 옷을 꺼내 입을 것이다
잎자루에 멍울 선 안토시안을 머금고
홍엽처럼 울긋불긋 야단스레 앓을 것이며
허공의 진율에 몸서리치다
파란 심줄 솟도록 가지 붙든 손을 허망히 놓아버리고
몸을 낮추어 스산한 거리로 나 앉을 것이다


가을이 오면
사람들은 떠나온 빈 가지 아래 님프(nymph)의 무리로 모여
매캐한 내음 사이로 몸을 태우기도 할 것이다
진 잎의 그을음에도 슬픔조차 바닥이 나면
가끔씩 찬 겨울 바람에 미리 몸을 팔기도 할 것이며
이미 가버린 이들의 정령을 생떼거리로 불러모아
하나 하나 다시 떠나보낼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허기진 인파에 떠밀려
그렇게 가을의 독산(禿山)을 비집고 오르면
또 하나, 계절의 강을 무사히 건너오리라
애상의 천탄을 첨벙첨벙 건너오리라


통변의 은사 없이도 내 참회의 기도는
갈잎의 쓰레질로 그렇게 갈걷이를 매듭 짓고
가을의 음산한 재앙을 무사히 넘어오리라
깨질 듯 청모한 가을 하늘 아래서
                                  
                                                         2007-8-16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51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이월란 2008.05.10 341
250 사실과 진실의 간극 이월란 2008.05.10 322
249 미라 (mirra) 이월란 2008.05.10 293
248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이월란 2008.05.10 499
247 그대여 이월란 2008.05.10 510
246 세월도 때론 이월란 2008.05.10 295
245 파도 2 이월란 2008.05.10 238
244 어떤 하루 이월란 2008.05.10 293
243 철새는 날아가고 이월란 2008.05.10 275
242 운명에게 이월란 2008.05.10 289
241 서로의 가슴에 머문다는 것은 이월란 2008.05.10 323
240 꽃그늘 이월란 2008.05.10 256
» 가을이 오면 이월란 2008.05.10 255
238 기다림에 대하여 이월란 2008.05.10 282
237 너에게 갇혀서 이월란 2008.05.10 323
236 붉어져가는 기억들 이월란 2008.05.10 294
235 행복한 무기수 이월란 2008.05.10 287
234 별리(別離) 이월란 2008.05.10 417
233 별 2 이월란 2008.05.10 267
232 가시목 이월란 2008.05.10 385
Board Pagination Prev 1 ... 66 67 68 69 70 71 72 73 74 75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