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33
어제:
353
전체:
5,022,640

이달의 작가
2008.05.10 08:21

그대여

조회 수 510 추천 수 2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그대여


                                                   이 월란




그대여
우리 언제 마주보며 서로를 얘기할 수 있나
황망히 휩쓸고 간 그 바람같은 것들을
어떻게 보여 줄 수 있나
얼굴 파묻어 두 눈에 숨긴 붉은 하늘의 통증을
어떻게 다 말해 줄 수 있나


머문 적도, 떠난 적도 없는 허공의 자리
닿을 수 없는 구릉 위에서 피고 지던 꽃들이
폭염에 나뒹굴던 그 고뇌의 땀방울들이
방향 잃은 두 발 아래 쌓이던 갈잎들이
홀로 걷는 어깨 위에 흔적 없이 녹아내리던 옥설들이
모두 나의 삼켜버린 울먹임이었다고
어떻게 다 말 해 줄 수 있나


누군가 자꾸만 등을 떠밀어
멀리 멀리 가라던
한없이 먼 길을 가라던
그 설움 속에 누군가 오롯이 서 있다
하얀 백지로 놓여 나의 시를 받아 적던 것이
바로 당신의 가슴이었음을


표류한 듯 멈춘 이 자리
마른 땅 배회하는 걸음마다
제웅처럼 서 있던
당신, 여기 저기 꽃피었음을


한순간 내 안에서 걸어나온 이
그 작은 어깨로 세상을 다 짊어지고 떠나버리던
느리게 왔다 서둘러 가는 것들이
짐처럼 부려놓은 가슴 어느 구석쯤의 거처
파열음 하나 없이 저 하늘 부서져내린 그 자리
나 이제 눈 뜨고 지나칠 수 없음을


내 심장의 호적에 핏빛으로 줄 그인
영원한 동명이인이었음을
후사경에 영구히 새겨진 사막의 해안선같은 이였음을
내 눈물의 루트를 정확히 알고 있는
오직 한 사람이었음을


어떻게 다 말해 줄 수 있나
                                
                                               2007-8-25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11 그대 내게 있음에 이월란 2008.05.09 303
1210 그대 없이 그대를 사랑하는 일은 이월란 2010.03.30 722
1209 그대, 시인이여 이월란 2008.05.10 281
1208 그대가 머문 자리 이월란 2011.05.31 915
1207 그대가 바람이어서 이월란 2010.07.19 618
1206 그대가 오는 길 이월란 2010.11.24 565
» 그대여 이월란 2008.05.10 510
1204 그대의 신전 이월란 2010.08.22 427
1203 그들은 이월란 2008.05.08 435
1202 그런 날 있다 이월란 2008.05.08 386
1201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이월란 2008.05.09 314
1200 그리고 또 여름 이월란 2008.07.02 250
1199 그리운 이에게 이월란 2010.09.20 526
1198 그리운 자리 이월란 2010.01.29 388
1197 제1시집 그리움 이월란 2008.05.09 292
1196 그리움 이월란 2008.06.05 231
1195 그리움 이월란 2008.11.19 247
1194 견공 시리즈 그리움 (견공시리즈 99) 이월란 2011.04.09 399
1193 그리움 2 이월란 2009.11.21 332
1192 그리움 3 이월란 2009.11.25 301
Board Pagination Prev 1 ...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