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58
어제:
223
전체:
5,028,875

이달의 작가
2008.05.10 08:21

그대여

조회 수 510 추천 수 2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그대여


                                                   이 월란




그대여
우리 언제 마주보며 서로를 얘기할 수 있나
황망히 휩쓸고 간 그 바람같은 것들을
어떻게 보여 줄 수 있나
얼굴 파묻어 두 눈에 숨긴 붉은 하늘의 통증을
어떻게 다 말해 줄 수 있나


머문 적도, 떠난 적도 없는 허공의 자리
닿을 수 없는 구릉 위에서 피고 지던 꽃들이
폭염에 나뒹굴던 그 고뇌의 땀방울들이
방향 잃은 두 발 아래 쌓이던 갈잎들이
홀로 걷는 어깨 위에 흔적 없이 녹아내리던 옥설들이
모두 나의 삼켜버린 울먹임이었다고
어떻게 다 말 해 줄 수 있나


누군가 자꾸만 등을 떠밀어
멀리 멀리 가라던
한없이 먼 길을 가라던
그 설움 속에 누군가 오롯이 서 있다
하얀 백지로 놓여 나의 시를 받아 적던 것이
바로 당신의 가슴이었음을


표류한 듯 멈춘 이 자리
마른 땅 배회하는 걸음마다
제웅처럼 서 있던
당신, 여기 저기 꽃피었음을


한순간 내 안에서 걸어나온 이
그 작은 어깨로 세상을 다 짊어지고 떠나버리던
느리게 왔다 서둘러 가는 것들이
짐처럼 부려놓은 가슴 어느 구석쯤의 거처
파열음 하나 없이 저 하늘 부서져내린 그 자리
나 이제 눈 뜨고 지나칠 수 없음을


내 심장의 호적에 핏빛으로 줄 그인
영원한 동명이인이었음을
후사경에 영구히 새겨진 사막의 해안선같은 이였음을
내 눈물의 루트를 정확히 알고 있는
오직 한 사람이었음을


어떻게 다 말해 줄 수 있나
                                
                                               2007-8-25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51 영시 Deserve to Die 이월란 2016.08.16 33
1650 영시 No Trap 이월란 2016.08.16 35
1649 영시 A Secret 이월란 2016.08.16 36
1648 영시 A Toby's Confession 이월란 2016.08.16 36
1647 영시 The Spring 이월란 2016.08.16 36
1646 영시 The War of Roses 이월란 2016.08.16 36
1645 영시 The Castle of Tears 이월란 2016.08.16 36
1644 시평 황숙진 평론 이월란 2016.08.15 39
1643 영시 A Solitary Cell 이월란 2016.08.16 39
1642 영시 Little Question, Big Answer 이월란 2016.08.16 39
1641 영시 Mistranslation 이월란 2016.08.16 42
1640 영시 A Dead Language 이월란 2016.08.16 43
1639 영시 The Island of Language 이월란 2016.08.16 44
1638 영시 A Negro 이월란 2016.08.16 44
1637 영시 Island 이월란 2016.08.16 45
1636 상상임신 4 이월란 2021.08.16 45
1635 시평 백남규 평론 이월란 2016.08.15 47
1634 영시 Dead End 이월란 2016.08.16 47
1633 영시 The Second Language 이월란 2016.08.16 47
1632 영시 The Soul Card 이월란 2016.08.16 47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