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78
어제:
235
전체:
5,025,050

이달의 작가
2008.05.10 10:14

귀로

조회 수 280 추천 수 1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귀로


                                                            이 월란




박명의 저녁빛 아래 가스등이 하나 둘 꽃처럼 피어나면
눈깜빡 할 사이에 꼭 한뼘씩만 어두워지는 오묘한 변이에
넋을 팔고 싶어 부랑의 신발을 신고 거리로 나간다
일상의 팽팽한 마두희 게임을 슬쩍 놓아버리면
영혼은 거처를 찾아 넋의 호재를 꿈꾼다
인적 없는 오솔길 무투벤치, 탕진해버린 낮빛의 잔해 위로
빨간 살딱지같은 잎새들이 소록소록 쌓이는 하루의 가을
내 영혼의 살결을 애무하는 안개방울 사이로
하염없이 뿌려놓고 싶은 오색의 염문들  
저 산정 너머엔 오욕의 망혼들을 위한 씻김굿이 한창이겠고
낙엽 타는 냄새가 어느 외진 소산터의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살 타는 냄새 같은 납빛의 노정에
살아 있다는 통절한 감촉만이 훤히 만져지는
데시벨 제로의 난시청지역
초롱초롱한 아이들의 눈망울은 행려하는 시선들을
얼마나 구체적인 이유로 붙들어 앉히고 말았던가
잘 먹고 잘 살아야 한다고
먹고 살지 않아도 곱게만 살아질 내 영혼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꼭 이맘 때 같으리라
모닝콜 같은 봄과 한낮의 여름을 견뎌내고
매일 동면하는 밤의 겨울을 향한,
매일 맞이하는 이런 가을같은 해질녘

                                      
                                                          2007-10-27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51 히키코모리 이월란 2011.03.18 396
1650 흰긴수염고래 이월란 2010.01.04 545
1649 흙비 이월란 2010.03.22 523
1648 흔적 이월란 2008.08.28 282
1647 흔들의자 이월란 2008.05.08 559
1646 제2시집 흔들리는집 / 서문 (오세영) file 이월란 2016.08.15 115
1645 제3시집 흔들리는 집 6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아이] 이월란 2008.11.12 497
1644 흔들리는 집 5 이월란 2008.11.12 273
1643 흔들리는 집 4 이월란 2008.11.11 285
1642 제2시집 흔들리는 집 3 이월란 2008.06.16 201
1641 흔들리는 집 2 이월란 2008.05.10 270
1640 제2시집 흔들리는 집 / 해설 (임헌영) file 이월란 2016.08.15 168
1639 제2시집 흔들리는 집 / 표4글, 시인의 말 file 이월란 2016.08.15 164
1638 제2시집 흔들리는 집 이월란 2008.05.10 694
1637 흔들리는 물동이 이월란 2008.05.09 277
1636 흑염소탕 이월란 2009.10.08 661
1635 흐림의 실체 이월란 2008.10.24 263
1634 제3시집 흐린 날의 프리웨이 이월란 2009.09.04 378
1633 흐린 날의 악보 이월란 2021.08.16 58
1632 흐린 날 이월란 2008.05.10 296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