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40
어제:
267
전체:
5,024,094

이달의 작가
제2시집
2008.05.10 11:22

사육

조회 수 324 추천 수 1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사육


                                                                                       이 월란



입양을 했을까, 사냥을 했을까, 새끼를 친 적도 없는데
후미진 구석마다 짐승들이 기거한다. 울음소리가 들린다. 스산한 바람소리같은
늑대, 여우, 사자, 살모사, 삵쾡이, 스캉크...... 모두 모두 사이좋게도 살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나의 몸 밖으로 뛰쳐나오려 호시탐탐 노리고들 있다
휙 돌아보면 두 발자국에 깔려 있을 때도, 가슴을 할퀴고 달아나버릴 때도 있다
이제야 말이지만, 육신의 우리 안에 개미새끼 한 마리 키우지 않는 인간을
내가 본 적이 있었던가


아주 고상한 척 하는 사람들일수록 언뜻 언뜻 눈빛마다 작은 짐승들이
뛰쳐나오는 걸 본 적이 있다. 어떤 이는 내놓고 자랑하기를,
자기는 잡다한 종류의 시시껄렁한 짐승들 보다는 작은 편도 아닌
자기 체구보다 훨씬 거대한 공룡 한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고 거드름을 피웠다
난 그를 존경해마지 않을 수 없었다.


불빛에 달려드는 부나비처럼 그것들은 이목구비나 손발짓을 통해
어떻하든 몸 밖으로 뛰쳐나와 거리마다 널부러져 있다
어느 날 출근길에 난 옆구리 터진 순대처럼 널부러져 있는 사체 한 구를 보았다
지난 밤 어둠 속에서 차에 치어 객사를 한 것이다
강아지인지 고양이인지 식별하기조차 힘들었다
<저런 장면 처음 봐?> 두 눈은 외면하는데 가슴은 자꾸만 기억해 내고 있다
내 안에 있던 짐승임이 틀림없다.

                                                            
                                                                                     2008-01-24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51 이별모습 이월란 2008.05.08 333
350 이별예감 이월란 2008.05.09 482
349 이별을 파는 사람들 이월란 2008.05.08 464
348 이별의 입 이월란 2009.11.03 407
347 이별이 지나간다 이월란 2008.05.10 285
346 이별이래 이월란 2010.07.09 452
345 견공 시리즈 이불(견공시리즈 74) 이월란 2010.06.28 389
344 이브의 사과 이월란 2009.10.29 477
343 견공 시리즈 이쁜 똥(견공시리즈 33) 이월란 2009.09.29 488
342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이월란 2008.05.10 341
341 제3시집 이월란(移越欄) 이월란 2012.02.05 544
340 이인(二人) 이월란 2008.09.07 291
339 이젠, 안녕 이월란 2010.06.28 384
338 이중국적 이월란 2011.05.31 336
337 이혼병(離魂病) 이월란 2008.05.09 292
336 이혼의 꿈 이월란 2010.02.21 604
335 견공 시리즈 인간시계(견공시리즈 10) 이월란 2009.08.06 373
334 인사동 아리랑 이월란 2008.10.27 419
333 인사이드 아웃 이월란 2008.05.10 417
332 인생에는 포즈가 없다 이월란 2009.10.24 334
Board Pagination Prev 1 ... 61 62 63 64 65 66 67 68 69 70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