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7
어제:
267
전체:
5,024,071

이달의 작가
2008.05.10 11:36

나를 건지다

조회 수 317 추천 수 2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나를 건지다


                                                               이 월란




오늘은 나를 건져내려 합니다
저 뜨거운 길 위에서 얼어붙은 발목을 움직이려 합니다
동상에 걸린 발끝은 늘 미치도록 가렵습니다


오늘은 데인 가슴을 식히려 합니다
거즈에 붙은 살가죽은 더 이상 나의 몸이 아니라고
피 한 방울 흘릴 줄 모릅니다


오늘은 나를 건져내려 합니다
말간 유리벽 너머에 고통의 환약 한 알씩 삼키며
나를 진단하고 나를 처방하며
절망의 집을 짓던 나의 두 손을 이제 멈추려 합니다


구부러진 못을 태연히도 박으며
헛망치질에 하얀 손톱으로 심장의 피들이 몰려왔을 때
난 깨달았습니다 나를 건져내야 한다고
꿈의 누더기를 줄지어 걸어 놓던 부박한 영혼의 집을 무너뜨리고
넝마같은 거짓기도의 방석을 갈기갈기 찢으려 합니다


아기주먹만한 함박눈이 하얗게 몸을 찢고 하얗게 피 흘리며
창마다 몸을 던져 죽어가는 이런 눈부신 밤에는
환각의 늪에 제웅처럼 빠져드는 나를
이제 건져내려 합니다
추방 당한 하얀 천사들의 조문객이 되겠습니다

                                        
                                                          2008-02-07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71 영시 윤동주시 번역 2 이월란 2010.06.07 490
370 영시 윤동주시 번역 3 이월란 2010.06.07 679
369 영시 윤동주시 번역 4 이월란 2010.06.07 464
368 영시 윤동주시 번역 5 이월란 2010.06.07 1087
367 영시 윤동주시 번역 6 이월란 2010.06.07 550
366 영시 윤동주시 번역 7 이월란 2010.06.07 558
365 영시 윤동주시 번역 8 이월란 2010.06.07 525
364 은혜 이월란 2008.07.17 203
363 음모(陰謀) 이월란 2008.05.08 374
362 제1시집 의족(義足) 이월란 2008.05.07 521
361 이 길 다 가고나면 이월란 2008.05.08 381
360 제3시집 이 남자 이월란 2010.01.13 400
359 제3시집 이 남자 2 이월란 2012.04.10 259
358 이 남자 3 5 이월란 2016.09.08 481
357 이드의 성(城) 이월란 2009.05.09 315
356 이름도 없이 내게 온 것들을 이월란 2008.05.10 347
355 이민 간 팔용이 이월란 2009.08.29 373
354 견공 시리즈 이별 연습(견공시리즈 86) 이월란 2010.12.14 477
353 견공 시리즈 이별공부(견공시리즈 63) 이월란 2010.05.18 425
352 이별나무 이월란 2008.09.10 259
Board Pagination Prev 1 ... 60 61 62 63 64 65 66 67 68 69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