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68
어제:
206
전체:
5,030,683

이달의 작가
2008.05.10 11:45

그대, 시인이여

조회 수 281 추천 수 2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그대, 시인이여


                                                                                                     이 월란




가졌다는 건 무엇인가
0(空)이 더 많이 달린 통장이 캐비닛의 몇 째 서랍에 들어 있다는 것을 아는 것
반짝이는 콩알만한 보석들이 들어 있는 은행 비밀창고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다는 것
어디 어디의 땅과 어디 어디 빌딩의 소유문서가 들어 있는 금고를 열 줄 안다는 것
약간 더 폭신한 시트에 엉덩이를 잠시 더 붙여 둘 수 있다는 것
약간 더 기름진 음식을 더 자주 씹어 넘길 수 있다는 것


그대 시인이여
온 세상 밝히는 저 쏟아지는 햇살을 헤아릴 수 있는 두 손이여
어둠 속에서 지상 최고의 값진 보석보다 더 반짝이는 저 별들의 속삭임을 듣는 두 귀여
꽃 피는 소리에 웃을 수 있고 꽃 지는 소리에 눈물 반짝일 수 있는 두 눈망울이여
바람의 날개를 달고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섬에 앉았다 구름 위에 앉을 수 있는 두 발이여


그대, 얼마나 값진 것을 가졌는가
가지 않은 길이 아쉬워 절망하는가
똑같은 고통의 얼굴이 다른 표정으로 다가설 것을
가지 못한 길이 부러워 불행하다 하는가
똑같은 비운의 손님이 다른 문으로 들어오는 것을


그대, 가지지 못한 이여. 이 세상을 다 가진 가슴으로
행려자의 소맷자락처럼 너풀거리며 사라져가는 오늘 이 시간을
깨어 있자
용서 하자
사랑 하자
                                                              
                                                                                               2008-02-17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11 그리움 이월란 2008.06.05 231
1210 꽃, 살아있음 이월란 2008.06.07 235
1209 둥둥 북소리 이월란 2008.06.08 338
1208 핏줄 이월란 2008.06.10 242
1207 주머니 속의 죽음 이월란 2008.06.10 335
1206 비의 목소리 이월란 2008.06.11 277
1205 제2시집 아침의 이별 이월란 2008.06.12 253
1204 제2시집 포효 이월란 2008.06.13 242
1203 수신확인 이월란 2008.06.15 205
1202 제2시집 흔들리는 집 3 이월란 2008.06.16 201
1201 제2시집 그리움의 제국 이월란 2008.06.17 227
1200 제2시집 그곳엔 장마 이월란 2008.06.18 241
1199 P.T.O. 이월란 2008.06.19 211
1198 이월란 2008.06.20 195
1197 제2시집 비손 이월란 2008.06.21 205
1196 제2시집 목걸이 이월란 2008.06.24 483
1195 나에게 말 걸기 이월란 2008.06.24 298
1194 Soap Opera* 증후군 이월란 2008.06.25 231
1193 제2시집 노을 2 이월란 2008.06.26 204
1192 우리, 언제부터 이월란 2008.07.01 330
Board Pagination Prev 1 ...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