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94
어제:
183
전체:
5,021,178

이달의 작가
2008.05.10 11:45

그대, 시인이여

조회 수 281 추천 수 2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그대, 시인이여


                                                                                                     이 월란




가졌다는 건 무엇인가
0(空)이 더 많이 달린 통장이 캐비닛의 몇 째 서랍에 들어 있다는 것을 아는 것
반짝이는 콩알만한 보석들이 들어 있는 은행 비밀창고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다는 것
어디 어디의 땅과 어디 어디 빌딩의 소유문서가 들어 있는 금고를 열 줄 안다는 것
약간 더 폭신한 시트에 엉덩이를 잠시 더 붙여 둘 수 있다는 것
약간 더 기름진 음식을 더 자주 씹어 넘길 수 있다는 것


그대 시인이여
온 세상 밝히는 저 쏟아지는 햇살을 헤아릴 수 있는 두 손이여
어둠 속에서 지상 최고의 값진 보석보다 더 반짝이는 저 별들의 속삭임을 듣는 두 귀여
꽃 피는 소리에 웃을 수 있고 꽃 지는 소리에 눈물 반짝일 수 있는 두 눈망울이여
바람의 날개를 달고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섬에 앉았다 구름 위에 앉을 수 있는 두 발이여


그대, 얼마나 값진 것을 가졌는가
가지 않은 길이 아쉬워 절망하는가
똑같은 고통의 얼굴이 다른 표정으로 다가설 것을
가지 못한 길이 부러워 불행하다 하는가
똑같은 비운의 손님이 다른 문으로 들어오는 것을


그대, 가지지 못한 이여. 이 세상을 다 가진 가슴으로
행려자의 소맷자락처럼 너풀거리며 사라져가는 오늘 이 시간을
깨어 있자
용서 하자
사랑 하자
                                                              
                                                                                               2008-02-17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71 제2시집 팥죽 이월란 2008.05.10 222
370 제2시집 봄밤 이월란 2008.05.10 248
369 제2시집 광녀 이월란 2008.05.10 298
368 휴대폰 사랑 이월란 2008.05.10 337
367 제2시집 여든 여섯 해 이월란 2008.05.10 303
366 그 섬에 이월란 2008.05.10 287
365 꽃덧 이월란 2008.05.10 297
364 인사이드 아웃 이월란 2008.05.10 416
363 제2시집 노안 이월란 2008.05.10 342
362 생인손 이월란 2008.05.10 573
361 날아다니는 길 이월란 2008.05.10 364
360 눈 오는 날 1, 2 이월란 2008.05.10 326
» 그대, 시인이여 이월란 2008.05.10 281
358 미워도 다시 한번 이월란 2008.05.10 393
357 바람의 뼈 이월란 2008.05.10 290
356 손톱달 이월란 2008.05.10 323
355 벽 1 이월란 2008.05.10 290
354 제2시집 노을 1 이월란 2008.05.10 309
353 오늘, 그대의 삶이 무거운 것은 이월란 2008.05.10 328
352 제2시집 바람의 길 4 이월란 2008.05.10 253
Board Pagination Prev 1 ... 60 61 62 63 64 65 66 67 68 69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