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85
어제:
219
전체:
5,030,200

이달의 작가
2008.05.10 13:14

머핀 속의 사랑

조회 수 240 추천 수 2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머핀 속의 사랑


                                                                                           이 월란




환갑이 가까워 올 듯한 그는 늘 단정한 소년같다
이혼을 하고 혼자 미국으로 왔다는 그의 좁은 어깨 위에는
어디선가 본 듯한, 지금은 그와 동거 중일 우수가 익숙한 자세로 걸터 앉아 있다
당뇨가 심해져, 정해진 시간에 약처럼 제조된 음식들을 고이 고이 삼키던 그가
오늘은 꽃종이에 싸인, 자기 눈동자만한 머핀 하나를 건네 준다
<내 미래의 와이프, 걸프렌드가 만든거야>
그 자랑스러움이 정말 밉지 않다
그처럼 단정히 생겼을 그의 여자가, 자기의 남자를 위해 만들었을
그 흔한 장식 하나 없이, 입맛 당기는 당분 한 줌 흘려넣지 않고
고 작은 머핀 속에 버무려 넣었을 덤덤한 진가루같은 사랑이 너무나 달콤해서
무던한 맹꽁이같은 그 맛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갓난아이 주먹 보다도 더 작은 이 머핀 속에
온누리의 사랑이 몽땅 그녀의 열손가락 사이로 녹아들었을 것 같아서
한 입에 쏙 들어가고도 남을 앙증맞은 그 머핀을
열 번쯤 아껴 아껴 베어 물었다
우리가 목메어 부르던, 허기져 헤매던 그 사랑은
이토록 꾸밈없으며, 이토록 작으며, 이토록 밍밍하고 싱거워서
그젠 지나쳐 버렸고, 어젠 외면해 버렸고, 오늘은 무시해버린
이 작은 머핀 같은 것이 아니었던가


                                                                                      2008-05-01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11 무제사건 이월란 2009.12.20 349
910 배란기 이월란 2008.05.10 349
909 제1시집 무정물(無情物) 이월란 2008.05.09 349
908 주망(蛛網) 이월란 2008.05.09 349
907 길고양이 이월란 2014.05.28 348
906 안락사 이월란 2010.01.19 348
905 제2시집 문신 이월란 2008.05.10 348
904 열쇠 이월란 2013.05.24 347
903 잃어버린 詩 이월란 2010.04.23 347
902 영시집 Longing 이월란 2010.03.22 347
901 이름도 없이 내게 온 것들을 이월란 2008.05.10 347
900 제1시집 바람의 길 2 이월란 2008.05.09 347
899 진흙덩이 이월란 2008.05.08 347
898 견공 시리즈 아기 종결자(견공시리즈 111) 이월란 2011.10.24 346
897 마른꽃 2 이월란 2011.07.26 346
896 견공 시리즈 안녕, 엘리1 (견공시리즈 90) 이월란 2011.03.18 346
895 갈피 이월란 2010.11.24 346
894 사실과 희망사항 이월란 2010.01.13 346
893 제3시집 표절시비 이월란 2009.11.25 346
892 오일장 이월란 2009.07.29 346
Board Pagination Prev 1 ... 33 34 35 36 37 38 39 40 41 42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