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67
어제:
184
전체:
5,020,792

이달의 작가
2008.05.10 13:14

머핀 속의 사랑

조회 수 240 추천 수 2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머핀 속의 사랑


                                                                                           이 월란




환갑이 가까워 올 듯한 그는 늘 단정한 소년같다
이혼을 하고 혼자 미국으로 왔다는 그의 좁은 어깨 위에는
어디선가 본 듯한, 지금은 그와 동거 중일 우수가 익숙한 자세로 걸터 앉아 있다
당뇨가 심해져, 정해진 시간에 약처럼 제조된 음식들을 고이 고이 삼키던 그가
오늘은 꽃종이에 싸인, 자기 눈동자만한 머핀 하나를 건네 준다
<내 미래의 와이프, 걸프렌드가 만든거야>
그 자랑스러움이 정말 밉지 않다
그처럼 단정히 생겼을 그의 여자가, 자기의 남자를 위해 만들었을
그 흔한 장식 하나 없이, 입맛 당기는 당분 한 줌 흘려넣지 않고
고 작은 머핀 속에 버무려 넣었을 덤덤한 진가루같은 사랑이 너무나 달콤해서
무던한 맹꽁이같은 그 맛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갓난아이 주먹 보다도 더 작은 이 머핀 속에
온누리의 사랑이 몽땅 그녀의 열손가락 사이로 녹아들었을 것 같아서
한 입에 쏙 들어가고도 남을 앙증맞은 그 머핀을
열 번쯤 아껴 아껴 베어 물었다
우리가 목메어 부르던, 허기져 헤매던 그 사랑은
이토록 꾸밈없으며, 이토록 작으며, 이토록 밍밍하고 싱거워서
그젠 지나쳐 버렸고, 어젠 외면해 버렸고, 오늘은 무시해버린
이 작은 머핀 같은 것이 아니었던가


                                                                                      2008-05-01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51 제2시집 그곳엔 장마 이월란 2008.06.18 241
250 왕따 이월란 2008.05.10 241
» 머핀 속의 사랑 이월란 2008.05.10 240
248 심문 이월란 2008.10.18 239
247 태양꽃 이월란 2008.05.13 239
246 기억이 자라는 소리 이월란 2008.05.10 239
245 새떼 이월란 2008.11.19 238
244 제2시집 실종 이월란 2008.07.22 238
243 파도 2 이월란 2008.05.10 238
242 영문 수필 Reflection of Service Learning 이월란 2012.04.10 237
241 詩4 이월란 2008.11.25 237
240 부화(孵化) 이월란 2008.10.29 237
239 연애질 이월란 2008.08.03 237
238 인연 이월란 2008.05.10 237
237 제2시집 이월란 2008.08.09 236
236 제2시집 바다를 보고 온 사람 이월란 2008.05.10 236
235 이월란 2008.05.10 236
234 선물 이월란 2008.05.09 236
233 영시 Unknown Receiver 이월란 2016.08.16 235
232 미로학습 이월란 2013.05.24 235
Board Pagination Prev 1 ... 66 67 68 69 70 71 72 73 74 75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