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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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제2시집
2008.06.12 13:06

아침의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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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이별


                                                             이 월란





환한 아침의 이별은 목놓아 울지 않습니다
아침을 빚으신 이여
오늘은 나의 해를 거두시고
어둠을 미리 가져다 놓으셔도 좋겠습니다


살육당한 가슴 위에
당신의 손을 얹으시고
인생이 어찌 이별 뿐이겠냐고
당신의 선하신 경전을 마저 읽게 하셔도 좋겠습니다


고통은 연단이라
전설 속의 성자들을 오늘 하루 온전히 흉내내게 하시고
내일의 휘장 앞에 흔들리는 촛불의 희원
섣부르지 않게 하시며
눈물 젖은 신발을 벗어 이제 말리라 하셔도 좋겠습니다


불끈거리는 이별의 통한마저 이제
막 발굴된 유물처럼 가끔 돌아와 들여다보는
기억의 창고 안에서만 함초롬 빛나게 하시고
이별의 목덜미를 붙들고 사랑을 가늠치 않게 하옵소서


슬픔의 피란지를 너머
드난살이로 비굴해진 심장을 오늘 하루 멎게 하시고
오늘 하루 나를 건너 가셔도 좋겠습니다
생소한 아침이 익어가는 저 햇살창변에
숨겨둔 허상을 심으라 하셔도 좋겠습니다


빛으로 개종한 어둠의 신앙은
더 이상 절망을 받들지 않습니다
마지막 황겁한 순간은 오직 당신과의 이별이라
마침내 두 손 모으라 하셔도 좋겠습니다
온 생의 무섬을 한꺼번에 몰아오시는 날
그제야 두렵다 하겠습니다
그제야 이 허심한 결별을 잊어도 좋겠습니다

                                
                                                        2008-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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