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31
어제:
751
전체:
5,048,111

이달의 작가
제2시집
2008.07.26 13:17

숲길을 걸으면

조회 수 248 추천 수 1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숲길을 걸으면


                                                                  이 월란



인연의 기슭마다 고로쇠나무 투두둑 심줄처럼 불거져 나와 있다
초록빛 포화들이 숲갓층 높이 푸른 불꽃을 뿜어내고
아주 아주 먼나라의 함성에 포위된 숲띠 가득
수액이 도는 소리 수성처럼 흐른다
바람을 깨우는 잎새들은 악행을 저지른 듯 두려워 떨고
음원이 없어도 이명증을 앓고 있는 숲땅
숲나이가 흘러온 내밀한 세월 가득
푸른 철책 굽이굽이 잠행하는 날숨들 사이로
나무들은 뼈저리게 서 있다
웅숭깊은 걸음을 뗄 때마다 나를 지나친다
함부로 디딘 걸음이 숲과 숲 사이에 길을 내고
무림 사이를 걷는다
사랑과 증오의 경계를 걷는다
천국과 지옥의 경계를 걷는다
너와 나 사이를 걷는다
이 숲의 하류를 지나면 새순 돋듯 봄밤의 기억처럼
우리, 허물 벗어던진 애벌레처럼 성충이 되어 날아갈까
알 깬 새짐승처럼 날개 돋혀 비행할까
봉쇄된 낙원의 문 한번 더 두드리고 싶어질까
물 속같은 수풀에 잠수한 두 발이
성한 곳 없는 나의 내장 속을 걷는다
나는 숲이다

                                                               2008-07-26



?

  1. 유정(有情)

    Date2008.07.30 Category By이월란 Views271
    Read More
  2. 쇼핑

    Date2008.07.29 Category제2시집 By이월란 Views336
    Read More
  3. 혓바늘

    Date2008.07.28 Category제2시집 By이월란 Views290
    Read More
  4. 숲길을 걸으면

    Date2008.07.26 Category제2시집 By이월란 Views248
    Read More
  5. 실종 2

    Date2008.07.25 Category By이월란 Views235
    Read More
  6. 카시오페이아

    Date2008.07.24 Category제2시집 By이월란 Views311
    Read More
  7. 실종

    Date2008.07.22 Category제2시집 By이월란 Views240
    Read More
  8. 푸른 우체국

    Date2008.07.21 Category By이월란 Views268
    Read More
  9. 가연(佳緣)

    Date2008.07.20 Category제2시집 By이월란 Views268
    Read More
  10. 아모스 아모스

    Date2008.07.19 Category By이월란 Views215
    Read More
  11. 은혜

    Date2008.07.17 Category By이월란 Views205
    Read More
  12. 로란 (LORAN)

    Date2008.07.16 Category제2시집 By이월란 Views264
    Read More
  13. 창 밖에 꽃이

    Date2008.07.15 Category By이월란 Views229
    Read More
  14. 군중 속에서

    Date2008.07.14 Category제2시집 By이월란 Views265
    Read More
  15. 가지치기

    Date2008.07.13 Category By이월란 Views221
    Read More
  16. 홍하(紅霞)의 해빈

    Date2008.07.08 Category제2시집 By이월란 Views336
    Read More
  17. 부메랑

    Date2008.07.11 Category제2시집 By이월란 Views254
    Read More
  18. 빗물

    Date2008.07.07 Category By이월란 Views198
    Read More
  19. 새벽기도

    Date2008.07.06 Category By이월란 Views208
    Read More
  20. 추월

    Date2008.07.05 Category제2시집 By이월란 Views21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54 55 56 57 58 59 60 61 62 63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