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78
어제:
176
전체:
5,020,979

이달의 작가
제2시집
2008.07.26 13:17

숲길을 걸으면

조회 수 245 추천 수 1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숲길을 걸으면


                                                                  이 월란



인연의 기슭마다 고로쇠나무 투두둑 심줄처럼 불거져 나와 있다
초록빛 포화들이 숲갓층 높이 푸른 불꽃을 뿜어내고
아주 아주 먼나라의 함성에 포위된 숲띠 가득
수액이 도는 소리 수성처럼 흐른다
바람을 깨우는 잎새들은 악행을 저지른 듯 두려워 떨고
음원이 없어도 이명증을 앓고 있는 숲땅
숲나이가 흘러온 내밀한 세월 가득
푸른 철책 굽이굽이 잠행하는 날숨들 사이로
나무들은 뼈저리게 서 있다
웅숭깊은 걸음을 뗄 때마다 나를 지나친다
함부로 디딘 걸음이 숲과 숲 사이에 길을 내고
무림 사이를 걷는다
사랑과 증오의 경계를 걷는다
천국과 지옥의 경계를 걷는다
너와 나 사이를 걷는다
이 숲의 하류를 지나면 새순 돋듯 봄밤의 기억처럼
우리, 허물 벗어던진 애벌레처럼 성충이 되어 날아갈까
알 깬 새짐승처럼 날개 돋혀 비행할까
봉쇄된 낙원의 문 한번 더 두드리고 싶어질까
물 속같은 수풀에 잠수한 두 발이
성한 곳 없는 나의 내장 속을 걷는다
나는 숲이다

                                                               2008-07-26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91 눈이 목마른, 그 이름 이월란 2010.11.24 441
490 그대가 오는 길 이월란 2010.11.24 565
489 갈피 이월란 2010.11.24 346
488 할로윈 나비 이월란 2010.11.24 395
487 제3시집 새 4 이월란 2010.11.24 312
486 날씨 검색 이월란 2010.11.24 652
485 낙엽 이월란 2010.11.24 333
484 낙엽 2 이월란 2010.11.24 332
483 자식 2 이월란 2010.11.24 359
482 독립기념일 이월란 2010.11.24 364
481 눈사람 이월란 2010.11.24 383
480 마음 검색 이월란 2010.11.24 401
479 향기로운 부패 이월란 2010.11.24 413
478 제3시집 함정이 없다 이월란 2010.11.24 451
477 영문 수필 YOGA: Wake Up My Body 이월란 2010.12.14 417
476 영문 수필 Media and Politics 이월란 2010.12.14 174981
475 영문 수필 Between Public Morality and Private Morality 이월란 2010.12.14 489
474 고백 이월란 2010.12.14 362
473 지지 않는 해 이월란 2010.12.14 406
472 견공 시리즈 애완(견공시리즈 85) 이월란 2010.12.14 453
Board Pagination Prev 1 ... 54 55 56 57 58 59 60 61 62 63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