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88
어제:
227
전체:
5,029,411

이달의 작가
제2시집
2008.07.26 13:17

숲길을 걸으면

조회 수 246 추천 수 1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숲길을 걸으면


                                                                  이 월란



인연의 기슭마다 고로쇠나무 투두둑 심줄처럼 불거져 나와 있다
초록빛 포화들이 숲갓층 높이 푸른 불꽃을 뿜어내고
아주 아주 먼나라의 함성에 포위된 숲띠 가득
수액이 도는 소리 수성처럼 흐른다
바람을 깨우는 잎새들은 악행을 저지른 듯 두려워 떨고
음원이 없어도 이명증을 앓고 있는 숲땅
숲나이가 흘러온 내밀한 세월 가득
푸른 철책 굽이굽이 잠행하는 날숨들 사이로
나무들은 뼈저리게 서 있다
웅숭깊은 걸음을 뗄 때마다 나를 지나친다
함부로 디딘 걸음이 숲과 숲 사이에 길을 내고
무림 사이를 걷는다
사랑과 증오의 경계를 걷는다
천국과 지옥의 경계를 걷는다
너와 나 사이를 걷는다
이 숲의 하류를 지나면 새순 돋듯 봄밤의 기억처럼
우리, 허물 벗어던진 애벌레처럼 성충이 되어 날아갈까
알 깬 새짐승처럼 날개 돋혀 비행할까
봉쇄된 낙원의 문 한번 더 두드리고 싶어질까
물 속같은 수풀에 잠수한 두 발이
성한 곳 없는 나의 내장 속을 걷는다
나는 숲이다

                                                               2008-07-26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91 엉기지 말라 그랬지 이월란 2009.02.14 292
1190 이월란 2009.11.25 376
1189 엄만 집에 있어 이월란 2008.05.10 403
1188 엄마는 생각 중 이월란 2009.04.07 263
1187 견공 시리즈 엄마 엄마 나 죽거든 (견공시리즈 119) 이월란 2012.04.10 444
1186 제3시집 언어의 섬 이월란 2010.02.21 470
1185 언약 이월란 2008.05.10 244
1184 제3시집 언다큐멘티드 에일리언 이월란 2012.08.17 473
1183 언니 이월란 2021.08.16 110
1182 어항 이월란 2008.05.07 509
1181 어제는 자유 이월란 2010.10.29 516
1180 어릴 때 나는 이월란 2011.05.10 464
1179 어린 결혼 이월란 2010.04.27 413
1178 어떤 하루 이월란 2008.05.10 293
1177 제1시집 어떤 진단서 이월란 2008.05.09 300
1176 어떤 사랑 이월란 2008.05.10 243
1175 어떤 기다림 이월란 2008.05.10 216
1174 어둠의 입 이월란 2009.06.10 311
1173 어둠숨쉬기 이월란 2008.10.26 225
1172 어둠과 나무 이월란 2011.10.24 396
Board Pagination Prev 1 ...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