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30
어제:
189
전체:
5,026,231

이달의 작가
2008.08.10 12:41

읽고 싶은 날

조회 수 229 추천 수 1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읽고 싶은 날


                                                                                        이 월란
  



시는 여백이 말을 한다
정작 하고 싶은 말들은 끝내 손끝으로 오는 길을 잃어버리고
언제 다녀갔는지 자판 위에 발자국으로만 찍혀 있다
까만 글자는 눈 감고 누워 있는데 눈밭같은 하얀 여백이 뒤척인다
점 8분음표 하나 찍혀 있지 않은데 행간마다 노을빛 가락이 춤을 춘다
아득한 곳에서 몰려오는 소슬소슬 숲소리
맴맴 맴을 돌다 풍덩 빠지고 마는 비밀한 언어의 늪
이 저릿한 감각이 무디어질 때까지 난 질투의 노예가 되기를 비겁해 하지 않는다
탐닉하는 시어의 골목길을 숨 가쁘게 달려가다 부딪히는 벽마다
벌건 가슴 한 줌씩 흘려 놓고서야 내가 보인다
자간마다 에돌아 흐르는 물소리 들어보고서야 세상이 짚인다
선한 눈물강 흘려 보내고서야 검은 연기 흩날리는 환속의 기차를 탄다
난잡했던 몸부림이 살아 온 흔적이었음을 부인하지 않기로 했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파 산다는 것이 죄송한 날
내 못된 영혼의 족쇄가 끊어진다, 창백한 자유인
돌아오는 길을 익혀 두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이름도 없이 내게 온 당신, 온 세상이 당신의 이름이란다
간사한 나는 매일 오늘처럼 가혹한 날은 없다고 우겨왔는데
먼 사람 하나 지어놓고 빈 새장같은 가슴 속을 훨훨 날아다닌다
끝내, 봉인된 편지 하나 유서처럼 바람에게 전해 주고서야
가녀린 생명 한 줄기 부여받은 암종같은 글 한 줌
나의 몸 속을 걸어 나온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로 시작하는 소설이 있단다
읽고 싶은 날이다

                                                                                  2008-08-10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71 눈사람 이월란 2010.11.24 383
1170 독립기념일 이월란 2010.11.24 364
1169 자식 2 이월란 2010.11.24 359
1168 낙엽 2 이월란 2010.11.24 332
1167 낙엽 이월란 2010.11.24 333
1166 날씨 검색 이월란 2010.11.24 652
1165 제3시집 새 4 이월란 2010.11.24 312
1164 할로윈 나비 이월란 2010.11.24 395
1163 갈피 이월란 2010.11.24 346
1162 그대가 오는 길 이월란 2010.11.24 565
1161 눈이 목마른, 그 이름 이월란 2010.11.24 441
1160 견공 시리즈 노래하는 똥(견공시리즈 84) 이월란 2010.11.24 438
1159 영문 수필 Devil's Gifts, Drugs and Alcohol 이월란 2010.11.24 368
1158 영문 수필 The Struggle for Free Seech at CCNY, 1931-42 이월란 2010.11.24 940
1157 영문 수필 A Brief History of Jewelry 이월란 2010.11.24 7030
1156 영문 수필 The New Deal 이월란 2010.11.24 859
1155 숲의 함성 이월란 2010.10.29 502
1154 어제는 자유 이월란 2010.10.29 516
1153 몸길 이월란 2010.10.29 472
1152 레드 벨벳 케잌 이월란 2010.10.29 715
Board Pagination Prev 1 ...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