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67
어제:
276
전체:
5,028,661

이달의 작가
2008.11.01 13:37

낙엽을 읽다

조회 수 244 추천 수 1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낙엽을 읽다


                                                              이월란



둥지 버린 깃털처럼 두 손 놓고 춤을 추는데
절정을 넘어온 페이지 한 장 넘어가듯 한숨 한 줄기 놓지 못하고
모음에서 분리된 자음 하나 떨어지는데


저 잉걸빛 추락을
하얀 눈처럼 읽을까
말간 비처럼 읽을까
비린 바람처럼 읽을까


스물스물 내리는 안개의 몸짓으로
입안 가득 내리는 영혼의 소리, 갈걷이 하듯
떠나간 사랑으로 읽을까
잊혀진 기억으로 읽을까


기름을 가득 채운 중고차 한 대 부웅 떠난 뒤
버려져 뒹구는 한 장의 영수증처럼, 이젠 남김없이 값을 치러낸
세월의 정찰가격이 선명히 새겨진, 바싹 마른 이별
물구나무 선 세상이 통째로 흔들리던 다갈색 하늘 아래
저리 부드러운 칼날에도 여린 모가지 함부로 베이겠다


지칠 줄 모르는 자귀질로 몸을 덜어내는 저 답답증
언청이의 벌어진 두 입술 사이로 발음 휘휘 새듯
또 한 순간의 결핍으로 마모되어가는 생의 지문처럼
나무는 날개를 버린다, 성하의 목청을 버린다
외진 곳의 저 고요한 폭로를 난 아직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다
생의 비밀은
한 잎 한 잎 눈앞에서 누설되고 있는데

                                                          2008-11-01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71 견공 시리즈 토비의 말 2(견공시리즈 61) 이월란 2010.04.27 380
570 절수節水 이월란 2010.07.09 380
569 제1시집 질투 이월란 2008.05.08 381
568 이 길 다 가고나면 이월란 2008.05.08 381
567 명절 목욕탕 이월란 2008.12.19 381
566 착각 이월란 2010.06.18 381
565 해체 이월란 2010.09.06 381
564 견공 시리즈 굄(견공시리즈 104) 이월란 2011.05.31 381
563 집 밖의 집 이월란 2011.05.10 381
562 제3시집 세일즈 전화 이월란 2012.08.17 381
561 제1시집 오줌소태 이월란 2008.05.09 382
560 매핵기(梅核氣) 이월란 2010.04.23 382
559 견공 시리즈 잠자는 가을(견공시리즈 82) 이월란 2010.10.29 382
558 마르티넬라의 종 이월란 2009.10.29 383
557 영문 수필 Twelve Angry Men 이월란 2010.07.19 383
556 사랑과 이별 이월란 2010.08.08 383
555 눈사람 이월란 2010.11.24 383
554 기아바이 이월란 2009.02.14 384
553 팔찌 이월란 2010.02.15 384
552 이젠, 안녕 이월란 2010.06.28 384
Board Pagination Prev 1 ... 50 51 52 53 54 55 56 57 58 59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