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24
어제:
286
전체:
5,023,613

이달의 작가
2008.11.30 14:13

빨간 구두* 1

조회 수 338 추천 수 1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빨간 구두* 1


                                                                   이월란




누군가 다녀갔겠다, 는개 짙어
사타구니 타오르는 단풍산
낙엽 쌓인 산정 가득 찬기운을 잉태한 바람이 난산을 기다리고
나를 버리고, 너를 버리고
안개 누운 산 속에 홀로 가을을 낳고 단풍지는 사랑아
홀로 세월이 되고, 홀로 상처가 되어도
진부해지지 못하는 나의 사랑아
붉어지는 산 아래 포장되지 않은 중신의 가로 어디 쯤에선
황사내음 가득한 낯선 시골길 어디 쯤에선
잘 가던 차도 한 번쯤 멈춰 서야 하는 법
황급한 먼지 일어 둥근 집 지어지는 시야 속에  
선명해 지는 얼굴 하나 쯤 있어야 하는 법
입산금지의 팻말을 지나치고서야 한 쪽 발이 아파와
어디에선가 벗겨져 버린, 잃어버린 신발 한 짝 같은 욱신거림
나머지 한 짝을 벗어버리든지
잃어버린 한 짝을 찾아 나서야만 하는
달려든 고행이 찰과상처럼 얼룩진 빗길
몸말에 붙은, 의미 없는 토씨같은 기억도
천형을 받아, 마주한 두 불행 사이
길을 내고 죄의 무덤이 자라나 휑하니 뚫어진
가슴 속 십자가는 늘 삐딱하다
발목이 잘리기 전까진 멈추지 못할 빨간구두의 춤
허망히 서 있는 언덕 위의 십자가 위엔 낯익은 바람이 산다
십자가 보다도 무거운 꽃이 핀다, 열매가 맺힌다
적동백보다도 더 붉은 망토 흩날리는 저 아름다운 지옥에
얽매여, 언제라도 달아날 준비가 되어있는
인간의 꿈을 꾸는 한 마리 짐승의 두 눈 속에


                                                              2008-11-27



* 빨간 구두 : 세르지오 카스텔리토 감독의 영화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51 영시 Deserve to Die 이월란 2016.08.16 33
1650 영시 No Trap 이월란 2016.08.16 35
1649 영시 A Secret 이월란 2016.08.16 36
1648 영시 A Toby's Confession 이월란 2016.08.16 36
1647 영시 The Spring 이월란 2016.08.16 36
1646 영시 The War of Roses 이월란 2016.08.16 36
1645 영시 The Castle of Tears 이월란 2016.08.16 36
1644 시평 황숙진 평론 이월란 2016.08.15 39
1643 영시 A Solitary Cell 이월란 2016.08.16 39
1642 영시 Little Question, Big Answer 이월란 2016.08.16 39
1641 영시 Mistranslation 이월란 2016.08.16 42
1640 영시 A Dead Language 이월란 2016.08.16 43
1639 영시 The Island of Language 이월란 2016.08.16 44
1638 영시 Island 이월란 2016.08.16 44
1637 영시 A Negro 이월란 2016.08.16 44
1636 상상임신 4 이월란 2021.08.16 44
1635 시평 백남규 평론 이월란 2016.08.15 47
1634 영시 Dead End 이월란 2016.08.16 47
1633 영시 The Second Language 이월란 2016.08.16 47
1632 영시 A Bird 이월란 2016.08.16 47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