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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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8.11.30 14:13

빨간 구두* 1

조회 수 339 추천 수 1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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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구두* 1


                                                                   이월란




누군가 다녀갔겠다, 는개 짙어
사타구니 타오르는 단풍산
낙엽 쌓인 산정 가득 찬기운을 잉태한 바람이 난산을 기다리고
나를 버리고, 너를 버리고
안개 누운 산 속에 홀로 가을을 낳고 단풍지는 사랑아
홀로 세월이 되고, 홀로 상처가 되어도
진부해지지 못하는 나의 사랑아
붉어지는 산 아래 포장되지 않은 중신의 가로 어디 쯤에선
황사내음 가득한 낯선 시골길 어디 쯤에선
잘 가던 차도 한 번쯤 멈춰 서야 하는 법
황급한 먼지 일어 둥근 집 지어지는 시야 속에  
선명해 지는 얼굴 하나 쯤 있어야 하는 법
입산금지의 팻말을 지나치고서야 한 쪽 발이 아파와
어디에선가 벗겨져 버린, 잃어버린 신발 한 짝 같은 욱신거림
나머지 한 짝을 벗어버리든지
잃어버린 한 짝을 찾아 나서야만 하는
달려든 고행이 찰과상처럼 얼룩진 빗길
몸말에 붙은, 의미 없는 토씨같은 기억도
천형을 받아, 마주한 두 불행 사이
길을 내고 죄의 무덤이 자라나 휑하니 뚫어진
가슴 속 십자가는 늘 삐딱하다
발목이 잘리기 전까진 멈추지 못할 빨간구두의 춤
허망히 서 있는 언덕 위의 십자가 위엔 낯익은 바람이 산다
십자가 보다도 무거운 꽃이 핀다, 열매가 맺힌다
적동백보다도 더 붉은 망토 흩날리는 저 아름다운 지옥에
얽매여, 언제라도 달아날 준비가 되어있는
인간의 꿈을 꾸는 한 마리 짐승의 두 눈 속에


                                                              2008-11-27



* 빨간 구두 : 세르지오 카스텔리토 감독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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