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2
이월란
세 계절의 녹둣빛 지상에 내리는
최초의 통첩
발성 없는 천상의 정교한 아리아가
두 발을 땅에 묻고도 가슴이 시린
하얀 님프의 무리로 오지
요란하지도, 비장하지도 않은
저 붐비는 낙화의 길 아래
사태 진 마음 엎드리고 또 엎드리면
살발의 강아지처럼 작아지고
낮아지는 키
사라진 폴라리스의 뼛가루가
눈동자처럼 충혈된 거리마다
똑,똑, 맑은 안약을 떨어뜨려
성운층의 비밀을 폭로하는 저 가벼운 소품들은
저승에서 이승으로, 소인도 없이
날아오는 연서래
막다른 골목에서도 환히 내리는
부서진 약속의 넋이래
늘 마지막을 몰라 처음이라 이름짓길 즐기는
순백색의 발병을
영원에서 순간으로 주문처럼 내리는
저 싸늘한 언어를
지면의 미각을 잃어버린 혀끝에라도 대어 봐
저 시린 하늘내음을
2008-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