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42
어제:
274
전체:
5,025,288

이달의 작가
2008.11.30 14:13

빨간 구두* 1

조회 수 338 추천 수 1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빨간 구두* 1


                                                                   이월란




누군가 다녀갔겠다, 는개 짙어
사타구니 타오르는 단풍산
낙엽 쌓인 산정 가득 찬기운을 잉태한 바람이 난산을 기다리고
나를 버리고, 너를 버리고
안개 누운 산 속에 홀로 가을을 낳고 단풍지는 사랑아
홀로 세월이 되고, 홀로 상처가 되어도
진부해지지 못하는 나의 사랑아
붉어지는 산 아래 포장되지 않은 중신의 가로 어디 쯤에선
황사내음 가득한 낯선 시골길 어디 쯤에선
잘 가던 차도 한 번쯤 멈춰 서야 하는 법
황급한 먼지 일어 둥근 집 지어지는 시야 속에  
선명해 지는 얼굴 하나 쯤 있어야 하는 법
입산금지의 팻말을 지나치고서야 한 쪽 발이 아파와
어디에선가 벗겨져 버린, 잃어버린 신발 한 짝 같은 욱신거림
나머지 한 짝을 벗어버리든지
잃어버린 한 짝을 찾아 나서야만 하는
달려든 고행이 찰과상처럼 얼룩진 빗길
몸말에 붙은, 의미 없는 토씨같은 기억도
천형을 받아, 마주한 두 불행 사이
길을 내고 죄의 무덤이 자라나 휑하니 뚫어진
가슴 속 십자가는 늘 삐딱하다
발목이 잘리기 전까진 멈추지 못할 빨간구두의 춤
허망히 서 있는 언덕 위의 십자가 위엔 낯익은 바람이 산다
십자가 보다도 무거운 꽃이 핀다, 열매가 맺힌다
적동백보다도 더 붉은 망토 흩날리는 저 아름다운 지옥에
얽매여, 언제라도 달아날 준비가 되어있는
인간의 꿈을 꾸는 한 마리 짐승의 두 눈 속에


                                                              2008-11-27



* 빨간 구두 : 세르지오 카스텔리토 감독의 영화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11 이브의 사과 이월란 2009.10.29 477
810 손끝에 달리는 詩 이월란 2009.10.29 374
809 수목장 이월란 2009.10.24 363
808 인생에는 포즈가 없다 이월란 2009.10.24 334
807 눈물 축제 이월란 2009.10.24 292
806 바람의 교주 이월란 2009.10.24 275
805 유명견 담비(견공시리즈 45) 이월란 2009.10.24 453
804 제3시집 할로윈 이월란 2009.10.21 309
803 바람에 대한 오해 이월란 2009.10.21 477
802 귀도(歸島) 이월란 2009.10.21 305
801 견공 시리즈 단벌신사(견공시리즈 44) 이월란 2009.10.21 322
800 복사본 이월란 2009.10.21 286
799 O. 헨리의 별 이월란 2009.10.17 334
798 카멜레온 이월란 2009.10.17 269
797 애설(愛雪) 이월란 2009.10.17 402
796 피카소 안경 이월란 2009.10.14 497
795 증언 3------구시대의 마지막 여인 이월란 2009.10.14 395
794 화양연화(花樣年華) 이월란 2009.10.14 330
793 견공 시리즈 휘파람(견공시리즈 43) 이월란 2009.10.14 458
792 견공 시리즈 개같은2(견공시리즈 42) 이월란 2009.10.14 292
Board Pagination Prev 1 ... 38 39 40 41 42 43 44 45 46 47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