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352
어제:
265
전체:
5,022,606

이달의 작가
2008.12.04 13:44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조회 수 314 추천 수 1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이월란




나도 나를 늘 <우리>라고 불러왔다
혼자서 장을 보러 갈 때도
<우리 이제 장보러 갈까?>라고 내게 물었듯이
나도 나를 언제나 <우리>라고 불러왔다
탈출하듯 달려와 낯선 방문을 열 때마다 나보다 먼저 뛰어와
짐 풀고 있던 또 다른 나를 기억하기에
벌써부터 감지된 절망의 장면 속으로 일찌감치 마중 나가
미리 눈물을 흘려주고 있던 나를 두려워 하기에
무저갱의 불꽃 속에서 붉은 춤을 추던 두 발을
설국같은 천국의 정원에서 삐걱거리던 흔들의자를
나는 여전히 서러워 하기에
또 다른 나는 가능한 한 실종당했다, 불필요한 장면처럼
제3국어의 악센트처럼 몽상적이었고
모국어의 자막이 없어도 될 만큼 대본은 과감히 삭제되었다
군데군데 난해한 장면들이 배앓이를 불러오기도 하는
내 생의 필름이 <The End>를 알리기 전에
전생과 후생 같은 두 개의 삶을 이중생활의 묘한 뉘앙스로
비틀어버린 생의 통역을 알뜰히 배우며
아득한 슬픔의 발원지를, 따뜻한 눈물의 진원지를
그녀에게 모두 전가시킨다
죽어버린 베로니카에게
살아있는 베로니카에게

                                                              2008-12-03



*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 크쥐시토프 키에슬로브스키 감독의 영화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91 빨간 구두* 1 이월란 2008.11.30 338
1090 빨간 구두* 2 이월란 2008.11.30 282
1089 그녀에게* 이월란 2008.11.30 267
1088 빨래를 개면서 이월란 2008.12.02 291
1087 지우개밥 이월란 2008.12.02 274
»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이월란 2008.12.04 314
1085 밤눈 이월란 2008.12.04 289
1084 흐르는 뼈 이월란 2008.12.09 302
1083 오독(誤讀) 이월란 2008.12.10 265
1082 임시보관함 이월란 2008.12.17 330
1081 함박눈 이월란 2008.12.17 299
1080 소요산의 가을 이월란 2008.12.19 306
1079 명절 목욕탕 이월란 2008.12.19 381
1078 손님 이월란 2008.12.19 278
1077 타짜 이월란 2008.12.19 315
1076 충전 이월란 2008.12.19 274
1075 둥근 집 이월란 2008.12.19 264
1074 라일라* 이월란 2008.12.19 253
1073 풍금(風禽) 이월란 2008.12.26 258
1072 소포 이월란 2008.12.26 269
Board Pagination Prev 1 ...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