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19
어제:
276
전체:
5,028,713

이달의 작가
2008.12.19 14:18

둥근 집

조회 수 264 추천 수 1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둥근 집


                                                                                           이월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공처럼 몸을 둥글려 더 이상 생명이 아닌 듯 염소똥처럼, 매끈한 돌멩이처럼 죽은 시늉으로 나를 기만하던 쥐며느리 한 마리. 언제 저 일곱 개의 가슴마디 풀어질까, 기다리다, 기다리다 밥 먹으란 엄마의 고함소리 둔기처럼 먼저 쳐들어와>


-독한 겁쟁이 같으니라구
-움직이는 순간 널 처단하고 말겠다


한 때, 내가 알을 슬어 둥글고도 단단하게 부풀어 올랐던 나의 배처럼
그런 둥글고도 단단한 집 한 채 갖고 싶다
물렁해진 땅 위에서도 두 손 모으면 손바닥이 서늘하도록 딴딴히 여문 씨방 같아
아무도 멈출 수 없는 그리움의 수액이 도는 곳
아무도 부술 수 없는 적막한 뼈대가 자라는 곳
듣지 않고 말하지 않아도 팔딱팔딱 생명이 살 오르는 곳


그렇게 얼굴 묻고 입술 깨물고 싶은 날
내 몸을 둥글게 말고 기어들어가 우윳빛 양수 속에 갇힐 수 있은 곳
끈적끈적 헤엄칠 수 있는 방수된 둥근 집
허리 굽혀 불 지피지 않아도, 체온만으로도 따뜻한 집
하루의 문을 정확히 열어야만 하는 지상의 집 안에서
한 번씩 나의 몸은 자꾸만 말린다
둥글게 둥글게 배밀이를 한다

                                                                                               2008-12-13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91 진화 이월란 2009.11.11 295
590 세월도 때론 이월란 2008.05.10 295
589 좋은 글 이월란 2008.05.09 295
588 볼링장 이월란 2012.01.17 294
587 길치 이월란 2009.12.15 294
586 우렁각시 이월란 2009.07.27 294
585 허물벗기 이월란 2009.04.05 294
584 달거리 이월란 2009.01.31 294
583 I LOVE YOU 이월란 2009.01.27 294
582 해바라기밭 이월란 2008.05.10 294
581 붉어져가는 기억들 이월란 2008.05.10 294
580 제1시집 중신(中身)의 세월 이월란 2008.05.09 294
579 제1시집 플라네타륨의 꽃 이월란 2008.05.09 294
578 견공 시리즈 오역(견공시리즈 108) 이월란 2011.07.26 293
577 詩 6 이월란 2009.12.15 293
576 부음(訃音) 미팅 이월란 2008.05.28 293
575 당신꺼 맞지?--------------conte 시 이월란 2008.05.10 293
574 미라 (mirra) 이월란 2008.05.10 293
573 어떤 하루 이월란 2008.05.10 293
572 눈물 축제 이월란 2009.10.24 292
Board Pagination Prev 1 ... 49 50 51 52 53 54 55 56 57 58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