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79
어제:
176
전체:
5,020,980

이달의 작가
2008.12.26 04:02

눈(雪)이 무겁다

조회 수 418 추천 수 1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눈(雪)이 무겁다


                                                                            이월란




탈곡 중인 하늘길 가득 허기진 낟알들이 어지럽다
해무를 닮은 눈보라의 도시 가운데 섬으로 갇힐까
우린 눈을 치러 나간다
두툼한 오한의 방수복을 입고 길을 내러 간다
푹신하게 쌓인 눈밭을 반듯한 논밭처럼 갈라놓고
양쪽으로 눈삽을 미는데
삽 가득 밀려 쌓인 눈들이 이리 무거울수가
절명해버린 수정깃털 한 삽은 하얗게 부패된 시신처럼 무겁다
내가 낳은 신생의 체중보다도 무겁겠다
가벼이 내려도 무거워지는 이승의 무게는
하늘에선 가벼이 내려도 지상에선 무겁게 쌓이는 슬픈 역설이겠다
천상에서 받아내린 가벼운 목숨도
너와 나의 손에선 얼음살이 박여 이리 무거워졌을까
초로의 생명도 너테처럼 겹겹이 굳어 이리 모질어졌을까
발자국이 닿지 않는 지붕 위에선, 잔디 위에선, 나무 위에선
이리도 굼뜬 노역을 거치지 않고서도
해무늬 지는 빛 아래 흔적 없이 녹아내릴 것을
밟기 위해 쌓인 눈 속에 땅빛의 길을 뚫어야 하는
천 길 물 속 같은
사람의 앞마당은 오늘도 이리 무거워지는 것임을
뜸길같은 인적을 놓기 위해
이리 휘청이는 삽질이 되는 것임을

                                                                          2008-12-25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11 미로아(迷路兒) 이월란 2008.05.10 299
610 사랑 2 이월란 2008.05.09 299
609 회향(懷鄕) 이월란 2008.05.09 299
608 영문 수필 Ethnographic Fieldnotes of Utah-Korean 이월란 2011.07.26 298
607 기억의 방 이월란 2009.01.27 298
606 바람의 혀 이월란 2008.10.21 298
605 나에게 말 걸기 이월란 2008.06.24 298
604 바람을 낳은 여자 이월란 2008.05.18 298
603 제2시집 광녀 이월란 2008.05.10 298
602 공항대기실 이월란 2008.05.09 298
601 디카 속 노을 이월란 2009.07.27 297
600 나는 모릅니다 이월란 2008.05.10 297
599 꽃덧 이월란 2008.05.10 297
598 제2시집 진주 이월란 2008.05.10 297
597 영문 수필 Life in Early Jamestown 이월란 2010.10.29 296
596 흐린 날 이월란 2008.05.10 296
595 가을소묘 이월란 2008.05.10 296
594 마중물 이월란 2008.05.09 296
593 염색 이월란 2011.05.10 295
592 진화 이월란 2009.11.11 295
Board Pagination Prev 1 ... 48 49 50 51 52 53 54 55 56 57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