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43
어제:
307
전체:
5,024,504

이달의 작가
2009.01.07 14:37

비의 역사

조회 수 300 추천 수 2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비의 역사


                                                                                              이월란



내 어린 날 비는 늘 몸 밖에서 내렸다. 육화되지 못한 관념처럼 음원이 없는 어린 몸을 뚫고 들어오지 못하는 방음된 소리에 불과했다. 가끔 우산 살대를 타고 내려와 깡똥한 치맛자락이 젖기도 했지만 이방인의 눈물처럼, 체액으로 흘러들어오진 못했다. 렘수면* 위로 천진하게 차오르는 무색정의 구슬바다였다. 사람의 일을 알 수 없었으므로, 서러운 장애를 인정할 줄 몰랐으므로. 젖빛 구름이 가슴 속에 멍울처럼 자리잡았을 때쯤에서야 장대비 몇 가닥 오도독 오도독 씹어 삼켰을라나. 키가 다 자라고나니 이젠 비가 몸 속에서 내린다. 방치되었던 오열의 시울이 한 점씩 삭아내리며 봇물처럼 흐른다. 음모를 부추기는 반역자의 속삭거림처럼 내려서도 환자복 아래 흥건히 젖어오던 양수처럼 흐드러지는 빗물. 오랜세월 잉태해온 슬픔의 해산이다. 비의 어린 것들은 알을 깨고나와 맨땅 위에 파닥파닥 엎어지고 억겹으로 쳐지는 물빛의 차일은 문란하게도 불규칙바운드만 일삼는다. 나이테의 발처럼 가지런히 걸어도 분노의 오르가슴으로 젖었다. 지금은 바싹 마른 땅도 흥건히 용서받는 적우의 계절, 빗방울이 자꾸만 굵어진다.
        
                                                                                            2009-01-07




* 렘수면(REM睡眠) : ꃃ〖심리〗 =역설수면. 잠을 자고 있는 듯이 보이나 뇌파는 깨어 있을 때의 알파파(α波)를 보이는 수면 상태. 보통 안구가 신속하게 움직이고 꿈을 꾸는 경우가 많다. ≒능동적 수면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51 디카 속 노을 이월란 2009.07.27 297
1050 공항대기실 이월란 2008.05.09 298
1049 제2시집 광녀 이월란 2008.05.10 298
1048 바람을 낳은 여자 이월란 2008.05.18 298
1047 나에게 말 걸기 이월란 2008.06.24 298
1046 바람의 혀 이월란 2008.10.21 298
1045 기억의 방 이월란 2009.01.27 298
1044 영문 수필 Ethnographic Fieldnotes of Utah-Korean 이월란 2011.07.26 298
1043 회향(懷鄕) 이월란 2008.05.09 299
1042 사랑 2 이월란 2008.05.09 299
1041 미로아(迷路兒) 이월란 2008.05.10 299
1040 백념(百念) 이월란 2008.09.03 299
1039 함박눈 이월란 2008.12.17 299
1038 고해 이월란 2011.10.24 299
1037 영문 수필 The Star-Bellied Sneetches 이월란 2012.02.05 299
1036 제1시집 어떤 진단서 이월란 2008.05.09 300
» 비의 역사 이월란 2009.01.07 300
1034 할머니의 시간 이월란 2009.04.21 300
1033 詩, 그 허상 앞에 이월란 2009.05.04 300
1032 견공 시리즈 세월에게(견공시리즈 107) 이월란 2011.05.31 300
Board Pagination Prev 1 ...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