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03
어제:
307
전체:
5,024,464

이달의 작가
2009.01.27 13:03

기억의 방

조회 수 298 추천 수 1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기억의 방


                                                                                                              이월란




함께 했던 순간을 기억이라 부른다
우연이 낳은 황망한 필연의 아이라 부른다
국경의 봄을 꽃가루처럼 날아온 나비라 부른다
충혈된 두 눈으로 밤새워 건축했던 환상의 바벨탑이라 부른다
우주의 절반을 천국과 지옥의 정확한 경계로 흐르던 홍해라 부른다


상상임신의 비루한 분만실, 식자증에 걸린 어미개처럼 갓태난 기억덩이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고도 낳고 또 낳은 나의 나비들, 아이들, 바벨탑의 골격들, 홍해의 파도들. 침몰된 구간을 나는 알지 못한다. 살점이 흩어지던 핏빛 강맛을 알지 못한다. 유년의 카오스는 늪이어서 성장기를 유린당했고 곧바로 늙어버린 노쇠증은 너무 일렀다. 은하로 이어진 망각의 에스컬레이터에 발을 올려 놓고도 내 불신앙의 단초로 자란 말미잘 같은 인간을 내 가슴둘레 만큼 키웠었다. 기억의 머리 위에 번쩍이는 관을 씌워두고 엎드린 노예근성으로 그리워했다. 고통과 그리움이 유물처럼 보관되어 있는 뇌관 속의 뮤지엄, 한번 씩 착란을 일으키는 날빛 사이로 찬란한 기억의 파편들이 도난 당하기도 하였는데 웨에엥웨에엥 사이렌 소리가 벌집을 쑤시면 현장에서 체포되고마는 거울 속의 나같은 어줍잖은 절도범의 얼굴을 보기도 했던 것인데. 내게로 뚫린 심장박동 소리 하나만으로 내장된 최첨단의 단세포 인간이 기거하는 날조된 기억의 쪽방.


그가 아직 살아 있다

                                                                                                               2009-01-26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51 세상을 끌고 가는 차 이월란 2008.10.16 277
1050 세밑 우체국 이월란 2009.12.22 365
1049 세모의 꿈 이월란 2010.12.26 575
1048 세대차 이월란 2009.11.21 321
1047 성탄절 아침 이월란 2008.05.10 288
1046 성대묘사 이월란 2009.05.30 291
1045 제1시집 섬이 너를 부르거든 이월란 2008.05.09 336
1044 섬에 갇히다 이월란 2011.07.26 318
1043 섬그늘 이월란 2010.09.26 566
1042 섬 2 이월란 2010.05.21 407
1041 제1시집 이월란 2008.05.08 390
1040 견공 시리즈 설거지하는 토비(견공시리즈 56) 이월란 2010.03.05 394
1039 견공 시리즈 선텐 (견공시리즈 93) 이월란 2011.04.09 414
1038 선물 이월란 2008.05.09 236
1037 서로의 가슴에 머문다는 것은 이월란 2008.05.10 323
1036 샤덴프로이데 이월란 2012.04.10 306
1035 샤갈의 窓 이월란 2009.01.22 389
1034 생즉원(生卽願), 생즉원(生卽怨) 이월란 2008.05.10 304
1033 견공 시리즈 생일카드 (견공시리즈 117) 이월란 2012.02.05 412
1032 생인손 이월란 2008.05.10 364
Board Pagination Prev 1 ...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