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2
어제:
353
전체:
5,022,629

이달의 작가
2009.02.04 12:26

황태자의 마지막 사랑

조회 수 345 추천 수 1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황태자의 마지막 사랑


                                                                   이월란



늘그막에 철 드셨던 울 아버지
주말마다 엄처시하 자처하며 마나님 모시고 여행 가시네
산도 많고 절도 많은 방방곡곡
골골 샅샅이 동반자죽 남기고 오라 밀명 받은 사자처럼
기차시간 멀었건만 고부라지는 허리 가을볕에 빳빳이 펴시고
일찌거니 앞뜰에 서 계시네
설거지 헐레벌떡 마치고 코티분 토닥이시던 울 엄마
고개는 설레설레, 버얼써 또 나가가 저래 서 있제
문틈으로 살짝 보니
브림 좁은 페도라 아래 찰스 황태자 같은 바바리 입으시고
하늘 한 번 보시고 흠흠, 땅 한 번 보시고 흠흠
조만간 고함소리 들리겠다 싶더니
- 아이, 아직도 안나오고 뭐하노?
- 번갯불에 콩 볶아 묵을 저 영감탕구, 엎어지면 코 닿을 데
  버얼써 가가 뭐할란고 좀 물어 보거래이
다소곳이 나가 아뢰기를, 아버지예, 엄마 지금 나오고 있어예
동문서답 메신저는 아랑곳 없이
다이애나 황태자비처럼 투피스를 차려 입으신 울 엄마
하얗게 흘기시는 눈 속에 새털구름 퐁퐁 솟고
황태자 뒤를 팔랑팔랑 따라가시는 마나님 뒤태에
대문 걸어두고 뒤돌아서면
가본 적 없는 내장산, 설악산 단풍이 울엄마 뿌려놓은 분내처럼
내 기억의 앞뜰 가득 울긋불긋 타올랐지

                                                                 2009-02-01



?

  1. 그리움 6(견공시리즈 64)

  2. 애첩(견공시리즈 48)

  3. 영매(靈媒)

  4. 모나크나비는

  5. 황태자의 마지막 사랑

  6. 스시맨

  7. 상상임신

  8. 해빙기(解氷期)

  9. Devil's Gifts, Drugs and Alcohol

  10. 실비아, 살아있는

  11. 비상 -------- 프론티어 1177W기, 좌석 14-D 에서

  12. 페인트 칠하는 남자

  13. 하얀 침묵

  14. 젖내(견공시리즈 122)

  15. Self-Assessment

  16. 등라(藤蘿)

  17. 환자 토비(견공시리즈 40)

  18. 견공은 결코 웃지 않으신다(견공시리즈 6)

  19. 걸어오는 사진

  20. 미몽(迷夢)

Board Pagination Prev 1 ... 34 35 36 37 38 39 40 41 42 43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