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04 12:26

황태자의 마지막 사랑

조회 수 475 추천 수 1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황태자의 마지막 사랑


                                                                   이월란



늘그막에 철 드셨던 울 아버지
주말마다 엄처시하 자처하며 마나님 모시고 여행 가시네
산도 많고 절도 많은 방방곡곡
골골 샅샅이 동반자죽 남기고 오라 밀명 받은 사자처럼
기차시간 멀었건만 고부라지는 허리 가을볕에 빳빳이 펴시고
일찌거니 앞뜰에 서 계시네
설거지 헐레벌떡 마치고 코티분 토닥이시던 울 엄마
고개는 설레설레, 버얼써 또 나가가 저래 서 있제
문틈으로 살짝 보니
브림 좁은 페도라 아래 찰스 황태자 같은 바바리 입으시고
하늘 한 번 보시고 흠흠, 땅 한 번 보시고 흠흠
조만간 고함소리 들리겠다 싶더니
- 아이, 아직도 안나오고 뭐하노?
- 번갯불에 콩 볶아 묵을 저 영감탕구, 엎어지면 코 닿을 데
  버얼써 가가 뭐할란고 좀 물어 보거래이
다소곳이 나가 아뢰기를, 아버지예, 엄마 지금 나오고 있어예
동문서답 메신저는 아랑곳 없이
다이애나 황태자비처럼 투피스를 차려 입으신 울 엄마
하얗게 흘기시는 눈 속에 새털구름 퐁퐁 솟고
황태자 뒤를 팔랑팔랑 따라가시는 마나님 뒤태에
대문 걸어두고 뒤돌아서면
가본 적 없는 내장산, 설악산 단풍이 울엄마 뿌려놓은 분내처럼
내 기억의 앞뜰 가득 울긋불긋 타올랐지

                                                                 2009-02-01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황태자의 마지막 사랑 이월란 2009.02.04 475
1076 만삭 이월란 2009.02.04 418
1075 제3시집 첫 키스 이월란 2009.02.08 752
1074 개가(改嫁) 이월란 2009.02.08 387
1073 구신 들린 아이 이월란 2009.02.08 404
1072 체중계 이월란 2009.02.08 501
1071 울음소리 이월란 2009.02.14 517
1070 산눈 이월란 2009.02.14 397
1069 고스트 이월란 2009.02.14 415
1068 엉기지 말라 그랬지 이월란 2009.02.14 402
1067 기아바이 이월란 2009.02.14 479
1066 영시집 Island 2 이월란 2010.06.18 1139
1065 막장무대 이월란 2009.03.21 386
1064 개작(改作) 이월란 2009.03.21 404
1063 뜨거운 기억 이월란 2009.03.21 398
1062 옹알옹알옹알이 이월란 2009.04.05 406
1061 거울 속 페로몬 이월란 2009.03.21 450
1060 비밀 이월란 2009.03.21 391
1059 시집살이 이월란 2009.04.05 408
1058 출근길 이월란 2009.04.05 389
Board Pagination Prev 1 ...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 85 Next
/ 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