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95
어제:
202
전체:
4,973,675

이달의 작가
2009.02.04 12:26

황태자의 마지막 사랑

조회 수 332 추천 수 1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황태자의 마지막 사랑


                                                                   이월란



늘그막에 철 드셨던 울 아버지
주말마다 엄처시하 자처하며 마나님 모시고 여행 가시네
산도 많고 절도 많은 방방곡곡
골골 샅샅이 동반자죽 남기고 오라 밀명 받은 사자처럼
기차시간 멀었건만 고부라지는 허리 가을볕에 빳빳이 펴시고
일찌거니 앞뜰에 서 계시네
설거지 헐레벌떡 마치고 코티분 토닥이시던 울 엄마
고개는 설레설레, 버얼써 또 나가가 저래 서 있제
문틈으로 살짝 보니
브림 좁은 페도라 아래 찰스 황태자 같은 바바리 입으시고
하늘 한 번 보시고 흠흠, 땅 한 번 보시고 흠흠
조만간 고함소리 들리겠다 싶더니
- 아이, 아직도 안나오고 뭐하노?
- 번갯불에 콩 볶아 묵을 저 영감탕구, 엎어지면 코 닿을 데
  버얼써 가가 뭐할란고 좀 물어 보거래이
다소곳이 나가 아뢰기를, 아버지예, 엄마 지금 나오고 있어예
동문서답 메신저는 아랑곳 없이
다이애나 황태자비처럼 투피스를 차려 입으신 울 엄마
하얗게 흘기시는 눈 속에 새털구름 퐁퐁 솟고
황태자 뒤를 팔랑팔랑 따라가시는 마나님 뒤태에
대문 걸어두고 뒤돌아서면
가본 적 없는 내장산, 설악산 단풍이 울엄마 뿌려놓은 분내처럼
내 기억의 앞뜰 가득 울긋불긋 타올랐지

                                                                 2009-02-01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31 흐르는 섬 이월란 2009.01.15 262
1630 흐르는 뼈 이월란 2008.12.09 272
1629 휴대폰 사랑 이월란 2008.05.10 309
1628 제2시집 휴거 이월란 2008.05.12 221
1627 휠체어와 방정식 이월란 2010.03.15 451
1626 견공 시리즈 휘파람(견공시리즈 43) 이월란 2009.10.14 431
1625 횡설수설 악플러-----영혼말이 이월란 2008.11.18 169
1624 횟집 어항 속에서 이월란 2008.10.07 557
1623 회향(懷鄕) 이월란 2008.05.09 278
1622 회유(回游) 이월란 2008.05.09 288
1621 수필 회색지대 이월란 2008.05.07 601
1620 회명晦冥 걷기 2 이월란 2009.12.03 293
1619 회명(晦冥) 걷기 이월란 2008.05.09 330
1618 회귀 이월란 2011.09.09 284
1617 회灰 이월란 2010.07.19 427
» 황태자의 마지막 사랑 이월란 2009.02.04 332
1615 시평 황숙진 평론 이월란 2016.08.15 19
1614 황사 이월란 2008.05.07 580
1613 환절의 문 이월란 2010.10.29 562
1612 견공 시리즈 환자 토비(견공시리즈 40) 이월란 2009.10.14 329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