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1
어제:
223
전체:
5,028,838

이달의 작가
2009.04.14 13:13

염(殮)

조회 수 321 추천 수 2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염(殮)



이월란(09/04/13)




시상(詩想) 위에 올린 시신을 씻긴다. 자주색 육판화가 피는 육신의 시월, 풍장에 살아남은 사프란의 암술머리로 구석구석을 씻긴다. 키처럼 정지된 일상 속에 숨쉬듯 자라던 손발톱을 잘라 조발낭에 담고 추억의 바람에 흩날리던 머리칼, 한 올 한 올 섬기듯 주워모아 곤두선 기억을 마저 재운다. 한지에 싸인 얼굴 위로 끝끝내 퇴고되지 못할 흘림체로 갈겨 쓴 이목구비가 수려하다. 과거를 하얗게 표백한 수의가 반듯하다. 종이로 만든 신을 신기고 열십자로 묶은 추상(追想), 소멸로 향하는 걸음 걸음이 찬연하다. 수눅처럼 곱은 핏줄마다 자라던 지평선을 늘이고 늘여 발등에 새기면, 너에게로 가는 길. 그리움의 관도 육신처럼 물컹하다. 뚜껑에 못을 박을 때마다 출렁이는 근육, 돌아보는 눈빛 속에 축문을 새긴다. 부활은 없어요, 라고. 펄럭이는 다홍천 명정 아래 언덕 위로 차오르는 눈부신 빈례행렬, 다시 내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51 히키코모리 이월란 2011.03.18 396
1650 흰긴수염고래 이월란 2010.01.04 545
1649 흙비 이월란 2010.03.22 523
1648 흔적 이월란 2008.08.28 282
1647 흔들의자 이월란 2008.05.08 559
1646 제2시집 흔들리는집 / 서문 (오세영) file 이월란 2016.08.15 115
1645 제3시집 흔들리는 집 6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아이] 이월란 2008.11.12 497
1644 흔들리는 집 5 이월란 2008.11.12 273
1643 흔들리는 집 4 이월란 2008.11.11 285
1642 제2시집 흔들리는 집 3 이월란 2008.06.16 201
1641 흔들리는 집 2 이월란 2008.05.10 270
1640 제2시집 흔들리는 집 / 해설 (임헌영) file 이월란 2016.08.15 168
1639 제2시집 흔들리는 집 / 표4글, 시인의 말 file 이월란 2016.08.15 164
1638 제2시집 흔들리는 집 이월란 2008.05.10 694
1637 흔들리는 물동이 이월란 2008.05.09 277
1636 흑염소탕 이월란 2009.10.08 661
1635 흐림의 실체 이월란 2008.10.24 263
1634 제3시집 흐린 날의 프리웨이 이월란 2009.09.04 378
1633 흐린 날의 악보 이월란 2021.08.16 59
1632 흐린 날 이월란 2008.05.10 296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