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68
어제:
276
전체:
5,028,662

이달의 작가
2009.05.12 13:29

시가 말을 건다

조회 수 397 추천 수 2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시가 말을 건다



이월란(09/0507)




해거름에 걸터앉은 하루의 넋에서는 생소한 노을내가 난다
아직도 간파하지 못한 시의 원근법으로 코앞에 있는 벼랑으로 추락했던 기억은
헤픈 영혼의 구도를 잡아내지 못한다
머그잔처럼 바짝 들려진 세상 속에서 한 잔의 커피향처럼 날아가 버릴 때마다
끝간데 모르는 시의 배후를 가늠해 보아도
기원 없는 방황의 끝을 종말의 기한처럼 예언도 해보고
축배의 노래가 끝나기도 전에 시들어버릴, 생화로 만든 화환같은 목숨일랑
이젠 정지되어버린 신화로 표구해 버린다
나의 빈 하늘에 뮤즈의 별이 뜨는 날은 온몸이 부셔
육신의 수렁이 푸른 강이 되어 정맥마다 흐른다
오늘, 나를 발원지로 표기해버린 목적지를 명명하고도
그리움 서성이는 곳마다 진실처럼 깨달아지는 당신의 부재 아래
가슴에 닻내린 미지의 배 한 척
시가 말을 건다

낯선 행인이 길을 묻듯 시가 말을 건다
(그럼 나는 네비게이션처럼 정확한 약도를 친절히 그려주리라)


꿈을 찾아 제3국의 불법체류자가 된 이방인처럼 시가 말을 건다
(그럼 나는 길눈 밝은 본토인처럼 능숙한 길안내자가 되어주리라)


오래오래 젖을 물고 있던 포만감 속에서도 어미를 놓지 않고
배시시 흘리기만 하는 젖먹이의 눈웃음처럼 시가 말을 건다
(그럼 나는 아이가 젖을 먹던 시간보다 더 오래오래 따뜻한 가슴을 내어주리라)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71 내 당신을 이월란 2008.05.10 232
570 내 그리움에선 단내가 난다 이월란 2009.08.25 448
569 내 그대를 그리워함은 이월란 2010.08.08 408
568 낯선 곳에 가면 이월란 2010.05.18 475
567 제1시집 낭연(狼煙) 이월란 2008.05.09 329
566 남편 죽이기 이월란 2010.12.26 456
565 남편 이월란 2008.05.10 292
564 날아오르는 사람들 이월란 2012.01.17 336
563 견공 시리즈 날아라 엘리(견공시리즈 89) 이월란 2011.01.30 490
562 날아다니는 길 이월란 2008.05.10 364
561 날씨, 흐림 이월란 2010.05.30 393
560 날씨 검색 이월란 2010.11.24 652
559 날개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 이월란 2011.05.31 470
558 날개 달린 수저 이월란 2008.05.09 276
557 난청지대 이월란 2010.08.22 421
556 난지도 사랑 이월란 2008.05.09 306
555 난간에서 이월란 2016.09.08 126
554 낙조(落照) 이월란 2008.05.20 272
553 낙엽을 읽다 이월란 2008.11.01 244
552 낙엽 2 이월란 2010.11.24 332
Board Pagination Prev 1 ... 50 51 52 53 54 55 56 57 58 59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