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37
어제:
307
전체:
5,024,598

이달의 작가
견공 시리즈
2009.05.30 02:20

오수(午睡)의 나라(견공시리즈 5)

조회 수 417 추천 수 1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오수(午睡)의 나라(견공시리즈 5)



이월란(09/05/29)
  



나의 뼈들은 마디마디 도사리고 있었다
십자를 떠받치느라 직각으로 굽은 힘줄마다 핏대가 서 있었다
나를 어미로 점지해버린 완애의 미물 한 점, 뼈있는 내 무릎에 누워
뼈가 없다, 흐물흐물 어린 강이 범람하고 있다
파문 한겹 두르지 않은 물처럼 고여 있다
순도 높은 증류액이 머무는 사라진 뼈의 길
세상의 어느 한 구석도 궁금치 않은 부동의 실재
무의 리듬을 복원하는, 원초적 시간이 흐르는 등뼈 없는 등을 쓸어내리면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었던 태초의 시간들을
다 잃고 난 후의 종말의 시간들을
반인반마의 케이론이 놓아준 시간들을 숨쉬고 있다
이 작은 생명체로 인해 소환되어진 나의 천국은 지금 복원 중이다
시작과 끝으로 멀어져버린 나의 시간은 지금 서로 응답하고 있다
서로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
자연을 솎아 내어버린 인공의 세월을 버리고
나의 고등한 시간은 하등의 완전무결한 평화를 기웃거리고 있다
도사려 까칠했던 가시 품은 시간들이 풀잎처럼 눕고 있다
꽃가루가 증발하는 순도 백퍼센트의 평화
흔들어도 눈을 뜨지 않는다, 무아의 계단을 오르고 있는 네 발 짐승의 꿈
꼬물꼬물 번식 중인 정온이 나를 장악하고 있다
재채기 같은 귀여운 폭발물이 숨어있지나 않은지 나의 몸을 탐색해 보지만
나는 이제 더 이상 나를 예측할 수 있는 고등동물이길 원치 않는다
허망한 생존의 정치를 은퇴하고 현란한 욕망의 영토를 떠난다
벗겨질 날을 향해 껍질이 되어가는 육신은 창밖의 거리를 지우고 있다
내 과거의 알리바이는 지금 석방 중이다
꽃의 이데올로기를 숭배하던 나의 국적은 지금 말소 중이다
오수의 꿈속에서 한평생 녹지 않는 첫눈의 하얀 심장으로
나의 무릎 위에서 뛰고 있는 애완의 숨소리는
필터에 걸러지고 있는 데시벨 제로의 고요
귀가 쫑긋쫑긋, 자족하는 우주에게 인사를 한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31 다이어트 이월란 2008.05.10 271
430 제2시집 미망 (未忘) 이월란 2008.05.10 271
429 이월란 2008.05.10 271
428 제1시집 침략자 이월란 2008.05.09 271
427 견공 시리즈 기다림 4 (견공시리즈 125) 이월란 2012.08.17 270
426 제3국어 이월란 2012.05.19 270
425 고인 물 이월란 2011.09.09 270
424 사랑이라 부르면 이월란 2009.10.01 270
423 바다몸 이월란 2009.04.14 270
422 유정(有情) 이월란 2008.07.30 270
421 당신, 꽃이 피네 이월란 2008.06.04 270
420 흔들리는 집 2 이월란 2008.05.10 270
419 밑줄 이월란 2008.05.10 270
418 숙명 이월란 2008.05.09 270
417 무대 위에서 이월란 2011.07.26 269
416 카멜레온 이월란 2009.10.17 269
415 돌아온 탕자 이월란 2009.07.27 269
414 라식 이월란 2009.02.03 269
413 제3시집 詩멀미 이월란 2009.01.15 269
412 소포 이월란 2008.12.26 269
Board Pagination Prev 1 ... 57 58 59 60 61 62 63 64 65 66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