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61
어제:
206
전체:
5,030,576

이달의 작가
2009.06.17 14:23

똥파리

조회 수 328 추천 수 2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똥파리*



이월란(09/06/12)



술 마시듯 피와 살을 받아마시고 주정하듯 태어났네
어린 밥상은 엎어지고
총칼을 눈에 찬 아버지는 내 안에서 떨고 있는 엄마를 패네
머리끄덩이 잡힌 엄마가 칼맞은 누이와 함께 날아간 곳
머리 위로 뻥 뚫린 하늘, 하늘로부터
용역받은 목숨 깡패질로 날려도
엿같은 운명의 폭력 앞에 생짜로 가랑이를 벌리는 핏줄
세상 뒷간을 날아다니다 파리채에 피투성이가 되고서도
구타한 세상은 멀쩡한데
꽃잎처럼 으깨어져 눈물처럼 울고가는 저 도도한 한강
주먹으로 조롱해보는 불량한 세상 가득
철 잃은 눈비가 육두문자처럼 내리네
현지 직송한 활어처럼 날뛰던
그 어깨 위로



* 양익준 감독, 주연의 영화




<시작메모>

밥줄로 군림하는 운명의 폭력 앞에 육두문자 흉내를 곧잘 내는 소녀가장 고삐리의 무릎을 베고, 강물이 피눈물처럼 흐르는 한강변에서 똥파리 한 마리 사람처럼 울고 있다. 인간이 되어 울고 있다. 매일 술안주 삼아 출소한 아버지를 패고 마침내 손목을 그은 아버지를 들쳐업고 세상으로 달려간 그는 세상에 구타당하기 위해 태어났을까, 신에게 구타당하기 위해 태어났을까. 자, 나의 피를 다 가져가세요, 아버지. 우린 피가 너무 많아요. 아무리 때려도, 아무리 맞아도 멈추지 않는 피가 우린 너무 많이 흘러요. 안전장치가 풀려있는 그의 육두문자는 한숨과 사랑을 대언하는 하늘을 향한 기도였다. 암흑 속에 펼쳐 놓은 분노의 살풀이었다. 무거운 돌하나 먹먹히 얹혀진다. 가슴으로 만난 영화. 똥파리!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51 제1시집 꽃처럼 이월란 2008.05.09 359
950 타인 이월란 2008.05.08 359
949 견공 시리즈 백수건달 토비 (견공시리즈 92) 이월란 2011.04.09 358
948 기적 이월란 2010.05.02 358
947 영시집 A Dried Flower 이월란 2010.03.13 358
946 제1시집 그리움 하나 이월란 2008.05.09 358
945 걱정인형 이월란 2009.12.03 357
944 안나푸르나 이월란 2010.05.30 356
943 기다림 2 이월란 2010.04.13 356
942 견공 시리즈 토비의 고백(견공시리즈 12) 이월란 2009.08.13 356
941 제2시집 고요를 물고 날아간 새 이월란 2008.05.21 356
940 과연, 이월란 2010.05.30 355
939 불가사의(不可思議) 이월란 2008.05.08 355
938 그녀 이월란 2010.02.12 354
937 행복사냥 이월란 2008.05.09 354
936 책이 있는 방 이월란 2013.05.24 353
935 편지 4 이월란 2010.09.06 353
934 가을귀 이월란 2009.11.25 353
933 테스트 이월란 2009.11.16 353
932 돌보석 이월란 2009.04.17 353
Board Pagination Prev 1 ...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 ... 83 Next
/ 83